[사람과 화제]도로주행시험 감독관 김정은 경장

  • 입력 1997년 2월 25일 20시 13분


[이인철기자] 인명(人命)은 재차(在車). 서울서부운전면허시험장의 김정은경장(31)이 요즘들어 자주 떠올리는 말이다. 그는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도로주행시험의 감독관. 운전시험의 마지막 수문장이기 때문에 공정성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일이다. 김경장은 매일 열번정도 시험차를 탄다. 주행코스가 3㎞이기 때문에 하루 5시간동안 40㎞ 정도를 차에서 보내는 셈이다. 운전태도와 법규준수 등 39개 항목을 채점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조수석에 비상 브레이크가 있지만 일반차량이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 초보운전자에게 몸을 맡기고 있으면 아찔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맞은편 차량을 살피지 않고 U턴 하거나 갑자스런 차로변경으로 직진하던 트럭과 거의 충돌할 뻔한 적이 있는 등 위험의 연속이다. 그러나 「위험수당」도 없다. 『식은 땀이 날 때가 많아요. 흔들리는 차속에 오래 있다보면 멀미도 나고요. 채점을 하면서 동시에 안전까지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 없어요』 합격률은 60%선. 교통사고를 내거나 거칠게 운전할 때, 3회이상 출발불능일 때, 수험자 본인이 포기할 때는 실격이다. 그는 정지할 때 「브레이크―클러치」순이 아니라 동시에 밟거나 아예 반대로 밟는 위험천만의 응시자가 많다고 지적한다. 『운전시험은 실력을 뽐내는 것보다 법규준수가 중요합니다. 한손으로 핸들을 잡거나 횡단보도 정지선이나 중앙선을 조금씩 침범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들이 많아요』 감독관에게 「인사」라도 해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응시자도 있다. 부정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다음 응시자를 뒷자리에 동승시키는데 「훈수」를 두며 참견하는 바람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고. 지난 86년 순경공채 때 59대1의 경쟁률을 뚫고 경찰에 입문한 김경장은 미모와는 달리 검도유단자. 최근 경사 진급 후보자로 선정된 그는 민생치안 현장에서 「화끈하게」 뛰어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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