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태수씨 염치없다

  • 입력 1997년 1월 28일 20시 25분


한보철강 부도에 대한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의 변명은 너무나 몰염치하다. 그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부도의 책임이 전적으로 자금지원을 하지 않은 금융권에 있다고 오히려 항변하며 한보철강의 재산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말 어디에서도 국민경제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책임감을 찾아볼 수 없다. 한 사람의 무모한 기업인 때문에 온 나라가 진통을 겪게 된 데에는 제도적으로나 금융거래상 많은 문제가 있다. 담보력과 여신한도를 무시하며 5조원이 넘는 거액의 자금을 한 기업에 쏟아부은 부실융자는 물론 은행이 거절할 수 없는 외압(外壓)이 통하고 정경유착(政經癒着)의 고리가 남아 있는 사회도 문제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도의 원인을 제삼자의 음해설까지 동원하며 오리발을 내밀듯 모든 책임을 미루면서 재산만을 지키겠다는 정씨의 태도는 차라리 낯두껍다. 회사정리법이 고의로 인한 부실경영이나 재산은닉 등으로 부도가 날 경우 법정관리기업의 기업주 주식 가운데 3분의 2를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대주주의 부실경영을 문책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비공사를 하다 부도가 났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그의 말은 법정신은 물론 도의에도 어긋난다. 이처럼 배짱이 있기에 무모하게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인지 혀를 차게 한다. 정씨는 개인재산이 충분하기 때문에 한보그룹 해체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펄쩍 뛰었다고 한다. 그만한 개인재산이 있다면 진작 재산을 팔아 부도를 막았어야 한다. 말이 났으니 지금이라도 개인재산을 숨김없이 공개하여 부도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수습책을 내놓는 것이 순리다. 한보그룹 사태로 지금 온 나라가 뒤끓고 있다. 연쇄부도에 따른 자금경색으로 중소기업이 휘청거리고 심지어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이 임금을 제때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28일 경제장관회의를 소집, 6조원의 긴급자금을 풀기로 했으나 이는 곧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국민부담으로 되돌아 온다. 검찰은 한보계열사 16곳을 포함해 정씨의 아들집과 정씨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본란이 이미 주장했듯이 한보그룹의 법인재산은 물론 개인재산도 빠짐없이 추적해 법이 허용하는 한 끝까지 책임을 지워 은행빚을 갚도록 해야 한다. 우리 기업과 금융권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영자세를 바로 잡는 반성이 있어야 마땅하다. 금융에만 의존하기보다 자기자금으로 경영하려는 자세와 불황극복을 위한 자구(自救)노력이 필요하다. 은행들 역시 자기 책임하에 신중히 대출하되 그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무모한 편중대출의 피해는부실채권을안게되는 은행에 그치지 않고 나라경제 전체로 돌아 온다. 여신관리와 은행업무의 감시를 맡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일이 터지지 않도록 미리 관리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이다. 정씨는 물론 한보그룹 은행 정부 등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특히 정씨는 검찰조사 과정에서 특혜융자에 얽힌 진실과 자신의 모든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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