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vs 퍼거슨 ‘박지성 차출 충돌' 벌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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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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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박지성-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스포츠동아DB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박지성-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스포츠동아DB
"클럽의 의견에 따라 한 선수의 발탁이 좌우된다면 대표팀을 어떻게 운영하겠는가."

허정무(54)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거침없이 '캡틴'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표팀 합류를 명했다.

허 감독은 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월14일 덴마크, 같은 달 18일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 나설 대표 선수 25명 명단을 발표했다.

허 감독은 유럽 원정을 고려해 지난달 14일 세네갈과의 평가전 때 뛰었던 해외파 11명 전원을 호출했다. 박지성은 최근 무릎 부상 후유증 등으로 최근 9경기 연속 결장 중이었지만, 변함없이 허 감독에게 낙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허 감독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허 감독은 "선수 본인과 직접 통화를 한 뒤 경기에 나서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선수가 경기에 나서는 데 문제가 없다면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허 감독은 "퍼거슨 감독과 직접 의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만 클럽의 의견에 따라 한 선수의 발탁이 좌지우지 될 수는 없다. 다만 유럽 현지에서 박지성의 컨디션에 이상이 있을 경우 적극 배려할 생각"이라며 기용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애초부터 박지성의 차출은 허 감독과 퍼거슨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했던 문제였다. 박지성은 지난달 14일 세네갈과의 A매치를 전후로 독감 증세를 보이며 계속해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평가전을 마치고 부상의 암초까지 만났다. 계속해서 박지성을 괴롭혀 오던 수술 부위에 다시 물이 차오른 것이다.

이에 퍼거슨은 "박지성의 부상 원인은 장시간 비행에 따른 무리한 대표팀 일정 때문이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또 지난 31일 맨유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박지성은 회복까지 몇 주가 더 필요하다"며 오른쪽 무릎 부상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이는 곧 대표팀 발탁을 재고해 달라는 의미로도 보였다.

그러나 허 감독은 강경했다. 부상도 경기의 일부분이라는 점이다. 특히 박지성은 최근 부상에서 회복해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데 벤치멤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경기력 저하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느끼고 있다. 게다가 선수 본인도 괜찮다고 하는데도 퍼거슨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은 고의적으로 대표팀에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지성의 부상 악화를 우려하는 입장은 허 감독이나 퍼거슨이나 똑같다. 그러나 자칫 두 감독의 미묘한 감정싸움이 자칫 선수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퍼거슨의 맞대응이 주목된다.

분명 A매치 기간에는 각국 대표팀 감독에게 경기 이틀 전 부터 선수를 활용할 수 있는 1차적 권한이 주어진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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