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다” vs “영원한 챔피언은 없다”

  • 입력 2008년 8월 18일 21시 01분


<<2008 베이징올림픽이 11일째를 맞고 있다. 대회가 반환점을 지나며 금메달의 주인공도 하나 둘 주인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는 올림픽을 통해 두 가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하나는 약자가 강자를 누르는 ‘이변’. 이번 올림픽에서도 많은 이변이 연출돼 60억 시청자들에게 끝없는 감동을 선물했다. 올림픽의 또 다른 매력은 ‘화려함’. 압도적인 기량을 가진 챔피언이 화려한 플레이로 전하는 전율은 이변이 주는 감동과 맞먹는다>>

●“올림픽, 이변은 없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마이크 펠프스(미국)를 위한 무대였다. 펠프스는 수영 경영에서 8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의 역사를 다시 썼다. 전 세계가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했고, 펠프스는 단 한 번도 이변을 허용하지 않은 채 8관왕에 올랐다. 타이거 우즈, 마이클 조던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강력함이 펠프스에게서 흘러나왔다. 이변이 없어 더 큰 재미를 줬던 펠프스의 8관왕이었다. 수영 경영 종목에서는 평영 100, 200미터에서 2연패를 이룬 기타지마의 화려함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여자양궁도 화려함으로 올림픽을 꽃피웠다. 한국여자양궁은 단체전 올림픽 6연패라는 대업을 이뤘다. 이변이 연출되기보다는 폭우, 강풍 속에서도 골드를 적중시키는 모습을 바라는 팬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은 기대에 100% 부응하며 세계최강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한국 여자 역도의 장미란도 세계신기록을 거푸 세우며 올림픽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라이벌 무솽솽이 결장해 싱거운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장미란은 5개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역도경기장을 열광에 빠뜨렸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아도 스포츠가 감동적일 수 있음을 장미란이 증명했다.

중국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다이빙 여제’ 궈징징도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빼어난 미모와 걸출한 기량을 겸비해 중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궈징징은 3미터 스프링보드 개인 및 싱크로에서 아름다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이 종목 역시 다른 선수의 우승보다 궈징징이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기대하는 팬이 많았다. 올림픽 2관왕 2연패를 달성한 궈징징은 이번 올림픽과 함께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이들 이외에도 NBA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농구대표팀과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아르헨티나축구대표팀이 이변이 없는 화려함으로 금메달을 따낼 준비를 하고 있다.

●“올림픽, 영원한 챔피언은 없다”

이변의 희생양이 된 선수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선수는 중국의 육상영웅 류시앙. 110미터 허들 올림픽 2연패가 유력했던 류시앙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예선을 통과하는데 실패했다. 류시앙이 탈락하면서 중국대륙도 충격에 휩싸였고, 중국의 언론과 포털사이트는 그의 부상소식을 헤드라인 뉴스로 전했다. 방송에서는 류시앙의 탈락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중국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류시앙은 “올림픽이 전부는 아니다. 다시 일어설 테니 지켜봐 달라”는 짧은 인터뷰로 팬들을 달랬다. 우승후보 류시앙이 탈락함에 따라 110미터 허들에서 우승하는 선수는 단숨에 스타덤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용대-이효정도 챔피언을 무너뜨려 감동을 선물했다. 해외언론은 이번 올림픽 최대 이변 중 하나라며 그들의 금메달 소식을 주요뉴스로 전했다. 한국복식조의 세계랭킹은 10위. 호흡을 맞춘지 1년 5개월밖에 안 된 두 선수는 세계랭킹 1위를 굳건히 지켜온 혼합복식의 최강자 노바 위디안토-리리야나 나트시르(인도네시아)조를 제압했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한국선수들을 빛내기 위한 조연이 되는데 만족해야 했다.

수영에서는 아프리카의 무명선수 오사마 멀룰리와 아시아 수영의 자존심 박태환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튀니지 출신 멀룰리는 자유영 1500미터에서 올림픽 3연패를 노렸던 호주의 그랜트 헤켓을 제압하는 파란을 연출했다. 자유영 400미터에서도 박태환이 헤켓 등을 따돌리고 한국수영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기는 이변 아닌 이변을 만들었다. 기록은 우승권이었으나 어린 선수가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두 선수의 금메달은 수영 불모지에서 따내 더욱 화려하게 빛났고, 노장 헤켓은 젊은 선수들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주며 이변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이변은 여자마라톤에서도 있었다. 38세인 콘스탄티나 토메스쿠(루마니아)는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하며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경기 전 그녀를 우승후보로 지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래드클리프(영국)와 중국의 강호 저우춘시우, 장잉잉 등을 제압하고 여자마라톤 사상 최고령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외에도 한국여자양궁 개인전 7연패의 신화를 가로 막은 중국의 장쥐안쥐안 등이 기적을 만들어내며 올림픽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베이징=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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