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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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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산악인으로 일선에서 물러날 나이에 그는 여전히 일본산악회 실무 부회장으로 2월 말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합동 산악스키 등반’ 행사를 총지휘했다. 왜일까. 맡을 사람이 없어서다. 일본산악회 회원 평균 연령이 65세다. 일본 산악계는 고사(枯死) 직전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 난 뒤 국민의 사기 진작을 위해 탐험과 모험을 독려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 일본은 에베레스트 등정이 우리보다 7년 앞서는 등 산악 강국, 탐험 강국의 대열에 먼저 합류했다. 간자키 씨는 당시 일본의 영웅이었다.
그런데 옛날 얘기다. ‘탐험의 시대’가 저문 것이다. 산악인들을 길러냈던 일본 대학의 산악부는 이제 기피대상이다. 일본 젊은이들에게 산행은 위험하고 힘든 것일 뿐이다.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따르게 될까. 올해 한국산악회의 평균 연령은 47세까지 올라갔다. 대학 산악부원들의 수도 줄고 있다.
올해 초 기자가 함께했던 한국산악회 주최 대학생 남극탐사대의 대원들을 최근 만났다. 졸업과 취직 준비로 바쁠 때인데 모두들 각자의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들떠 있었다. 최성호(27·경희대) 씨는 네팔 카트만두로, 이혜란(23·중앙대) 씨는 키르기스스탄의 파미르 고산지역으로, 이덕주(26·수원대) 씨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로 곧 떠난다.
대학 산악부원들의 해외원정은 기특한 대목이 있다. 졸업한 선배들이 십시일반으로 원정 비용을 모아 준다. 한국 산악계의 전통이다. 선후배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일본과 다른 부분이다. 산악부에 가입한 신입생들이 가입 초기에 힘든 산행의 고비를 넘길 수 있는 데는 한국 특유의 ‘인간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
여기서 한국은 일본과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본다. 젊은 산악인들이 계속 배출되는 한 그들은 자신만의 도전을 계속하면서 한국 산악계를 시대 변화에 맞게 바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