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안준호 감독 입담은 1000만원짜리

  • 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프로농구 삼성 안준호(사진) 감독이 최근 ‘언어의 마술사’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언론의 인터뷰가 집중되는 가운데 화려한 언변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안 감독은 KCC와의 4강전에서 2연승을 달린 뒤 “챔피언 결정전 상대로 어느 팀을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시가전이든 산악전이든 자신 있다”고 말했다. 담배(시가)를 제조하는 KT&G든, 산이 많은 원주가 연고인 동부든 누구와도 해볼 만하다는 뜻.

KCC와 남은 경기의 전망을 묻자 “우리는 33.3%의 확률이며 저쪽은 100%가 아니냐”고 답했다. 삼성은 3경기에서 1승만 하면 챔피언전에 올라가는 반면 KCC는 다 이겨야 한다는 의미로 벼랑 끝에 몰린 상대의 절박한 처지를 실감나게 드러냈다.

조미료처럼 한자성어도 쓴다. 4강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두자 ‘화룡점정(畵龍點睛·가장 중요한 부분을 마쳐 일을 끝냄)’을 주문했고 KCC를 거세게 몰아붙인 뒤 ‘질풍노도’라는 표현을 썼다. 10일 KCC와의 3차전을 앞두고는 라커룸 칠판에 ‘초심’이라고 적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안 감독의 달변은 노력의 산물이다. 평소 일간지 사설과 칼럼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구절은 머릿속에 담아 두고 취재진의 예상 질문을 생각해 답변을 준비한다. 삼성을 우승으로 이끈 2006년에는 전문 스피치 강사에게 1000만 원에 가까운 수강료를 내고 말하기 교육을 받기도 했다.

요즘 소설 ‘칼의 노래’를 다시 읽고 있는 안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해 “아생즉필사 아사즉필생(我生則必死 我死則必生·싸움에서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이라며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한다.

삼성이 포스트시즌에서 5전 전승으로 챔피언전에 선착한 데는 안 감독의 입심도 분명 한몫한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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