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역사책에서나 볼 매관매직… 대통령 아닌 金 찾아가 청탁”

  • 동아일보

[김건희 특검 수사결과 발표]
특검 “金, 장막 뒤에서 국정개입”
“尹과 정치 공동체이자 정권 실세
반클리프 목걸이-샤넬백 2개 등 尹당선후 1년 최소 12점 금품 받아”
金측 “방어권 등 점검, 재판 응할 것”

“대통령 배우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고가의 금품을 받았고, 각종 인사와 공천에도 폭넓게 개입했다.”

김건희 특검 민중기 특별검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불법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대통령 배우자의 권한 남용으로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은 크게 훼손됐다”고 했다.

김 여사 일가의 의혹을 반년 동안 수사해 온 특검은 김 여사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의 정치 공동체이자 정권 실세’로서 공식 직책이나 권한 없이 국정에 개입해 왔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당시 여권 안팎에서 ‘V(대통령)보다 앞서는 실세 V0는 바로 김 여사’라는 인식이 퍼지자 종교 단체와 정·재계 인사들이 김 여사를 직접적인 로비 창구로 삼아 ‘현대판 매관매직’에 나섰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 “대통령 권력 등에 업고 매관매직 일삼아”

특검 수사 결과 김 여사의 로비 창구 기능은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매우 조직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 3월 15일, 윤 전 대통령 당선 확정 불과 6일 만에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를 전달했다. 이어 브로치를 건네면서 맏사위인 박성근 전 차장검사의 공직 임명을 청탁했고 박 전 차장검사는 석 달 만에 차관급인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전격 발탁됐다. 이 외에도 김 여사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금거북이 등을, 통일교 측으로부터는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매개로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 백 2점을 받았다.

이듬해인 2023년에도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받는 등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1년 사이 최소 12점의 고가 물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금품을 건넨 이들로부터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청탁하는 것이 인사상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믿었다”는 공통된 진술을 확보했다. 실제로 이배용 전 위원장은 장관급인 국가교육위원장에 임명됐고, 로봇개 수입 업체는 대통령경호처와 시범 운영 계약을 맺었다.

특히 현직 검사 신분으로 총선 출마를 강행했던 김상민 전 부장검사는 공천 컷오프 이후에도 신설된 국가정보원장 법률특보라는 요직을 맡았다. 특검은 김 전 부장검사를 둘러싼 이례적 출마와 인사의 배경에 ‘그림 전달’을 통한 김 여사와의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고 지목했다. 매관매직 의혹을 수사한 김형근 특검보는 “다양한 이들이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를 찾아가 원하는 바를 청탁했고, 그 내용이 장막 뒤에서 그대로 실현됐다”고 했다.

● “법률도 영부인의 헌법질서 파괴 예측 못 해”

특검은 인사 청탁이 대부분 실현된 점을 근거로 윤 전 대통령의 인지 및 가담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청탁을 전달받았거나 인사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물증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부인의 금품 수수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부인하는 데다가 핵심 물증인 김 여사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해제하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특검은 윤 전 대통령 관련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하며 추가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다만 특검은 대통령 당선인이 정당의 공천에 개입하거나 청탁금지법을 어긴 경우에는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당선인 시절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개입한 사실이 특검 수사로 확인됐지만,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이 아니라서 기소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김 특검보는 “대통령 배우자의 헌법 질서 파괴 행위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기존 법률의 한계로 인해 합당한 처벌에 크게 부족함이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직자 신분이 아닌 영부인은 대통령과 공모 사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날 특검의 발표에 대해 김 여사 변호인단은 “수사는 말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증거로 완성되는 것”이라며 “절차적 정당성과 방어권이 철저히 보장되는지 끝까지 점검하며 재판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김건희 특검#김건희 여사#윤석열 전 대통령#현대판 매관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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