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만나자더니 1시간 전 “못 간다”… 이런 野 대표 있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12일 23시 30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오찬 회동 불참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오찬 회동 불참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2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인 오찬에 돌연 불참해 회동이 무산됐다. 장 대표가 청와대에 불참을 통보한 것은 만남을 불과 1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 모두발언 때까지만 해도 “회담에 참석해 민심을 생생히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뒤이어 발언한 최고위원들이 반대하자 뒤늦게 여당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법개혁법안 2건을 일방 처리한 것 등을 불참 이유로 내세웠다. 이번 회동은 이 대통령과 양당 대표가 5개월 만에 만나 여야 대치가 격화하는 꽉 막힌 정국을 뚫을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 대통령에게 회동을 먼저 요구한 것은 장 대표였다. 지난달 이 대통령과 여야 7개 정당 지도부의 오찬 회동 참석을 거부하며 영수회담을 요청했고, 이달 4일에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재차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바로 그 연설에서 장 대표는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마주 앉아 현안을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불안을 덜 수 있다’고 공언했다. 12일 최고위 시작 때까지도 미국의 관세 인상, 지방행정 통합 등을 주요 회동 의제로 꼽으며 당장 풀어야 할 시급한 현안이 한둘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래 놓고 회동 직전 갑자기 자신의 요청으로 성사된 자리를 걷어찼다. 자신이 그간 해온 발언을 스스로 뒤엎은 것이다.

장 대표는 불참 이유로 여당의 입법 독주 등을 들었지만 이는 이번에 갑자기 나온 이슈도 아니다. 더욱이 회동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했어야 할 사안이다. 장 대표가 심각하다고 여기는 정부·여당의 문제점을 회동에서 조목조목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 변화를 요구할 수도 있었다. 그것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기대하는 야당의 책임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장 대표는 이와 정반대였다. 대통령과 만나 해결점을 찾아야 할 문제를 오히려 만남을 거부하는 구실로 앞세웠다. 의석수도 지지율도 여당에 크게 밀리는 소수 야당이 어렵게 마련된 대통령과의 대화마저 등 돌리고서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도 거부했다. 필수의료 지원법 등 여야 간 이견이 없는 80여 개 민생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이미 합의된 상태였지만 그마저도 뒤집었다. 법안들은 결국 일부만 국민의힘 없이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그간 민생 문제에선 적극 협력하겠다고 수차례 밝혀 왔다. 장 대표 역시 이날 ‘이번 회동에서 정쟁 대신 민생만 얘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야 간 어떤 정쟁이 있더라도 회동 약속만큼은 지키고 민생 법안은 함께 처리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이다. 장 대표는 그런 상식마저 외면했다.


#국민의힘#장동혁#이재명 대통령#여야 대표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