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상 ㈜퍼즐랩·게스트하우스 ‘봉황재’ 한옥 대표유럽 여행에서의 비앤비(B&B·Bed and Breakfast, 아침 제공 민박) 경험을 살려 본인의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외국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다니 이토록 낭만적인 삶이 또 있을까. 빈방을 내주고 매달 수백만 원 수익을 올리는 은퇴 후 노후 대책으로도 이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추정림 씨 부부의 안정적인 오늘 뒤에는 수년 간의 대출 상환과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나도 한번 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면 설레는 상상은 잠시 접어 두고 다음 항목들을 먼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우선 관청 허가부터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이 법적 규제다. 내 집이라고 해서 누구나 게스트하우스를 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거지역에서 숙박업 운영이 가능한지 용도지역부터 확인해야 하고 구청이나 시청에 먼저 문의하는 것이 순서다. 대상 주택에 주민이 직접 거주하고 있어야 하며, 건축법상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초기 개조 비용도 만만찮다. 기본 인테리어 외에도 건물 환경에 따라 독립된 숙박 공간을 만들기 위해 욕실과 주방 추가 설치, 방음 공사 등에 수천만 원의 초기 비용이 든다.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보니 트렌드에 맞는 가구와 교체를 위한 여분의 침구류, 소모품 등에 드는 비용도 생각보다 크다. 초기 투자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대출을 받는다면 상환 기간 동안 현금 흐름은 어떻게 되는지 냉정하게 계산해 봐야 한다.
매달 나가는 돈도 미리 추산해 봐야 한다. 문을 열고 나면 고정 지출이 발생한다. 수도·가스·전기요금, 인터넷과 케이블TV 비용, 청소 및 세탁 용품, 소모품 교체비가 매달 들어간다.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을 통해 손님을 받는다면 수수료도 빼야 한다. 수입에서 이런 비용들을 빼고 남는 순수익이 실제로 얼마인지를 따져야 한다.
사업자등록을 하면 사업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신고 의무도 생긴다. 재산세가 올라갈 수 있고, 종합부동산세 합산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 쉽다. 세금 문제는 상황마다 달라지는 만큼, 시작 전에 세무사와 한 번쯤 상담해 두는 것이 낭패를 막는 길이다.
아무리 정성껏 운영해도 손님이 오지 않으면 소용없다. 주변에 관광지나 병원, 대학교처럼 장기 투숙 수요를 만드는 시설이 있는지, 대중교통 접근성은 어떤지가 수익을 크게 좌우한다. 추 씨 게스트하우스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데는 삼성서울병원이라는 결정적 요인이 있었다. 내 집 주변에 그에 버금가는 수요 창출 요인이 있는지, 경쟁 숙소는 얼마나 되는지, 비수기와 성수기 편차는 어느 정도인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특히 외국인 고객의 경우 내국인이 예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이유로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수요가 있는 만큼, 초반에는 소규모로 운영하면서 고객 반응을 살피거나 호스트 커뮤니티를 통해 방문 트렌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일단 게스트하우스를 하게 되면 여유는 생각보다 줄어든다. 체크인과 체크아웃 응대, 청소, 침구 교체, 예약 관리, 손님 문의 대응 같은 일이 매일 반복된다. 은퇴 후 한가롭게 쉬는 노후를 그렸다면, 그 그림과 실제 운영 강도가 맞는지 솔직하게 자문해 봐야 한다. 은퇴 후 부업이 본업이 되지 않도록 적당한 휴식과 취미활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지키도록 하자. 워라밸은 직장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추 씨의 노후가 빛나는 것은 운이 좋아서만이 아니다. 1980년대에 입지를 보는 눈, 영국 어학연수에서 얻은 아이디어, 단계적으로 확장한 신중함, 그리고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다하는 태도가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 게스트하우스는 분명 매력적인 노후 설계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매력이 현실이 되려면 철저한 사전 준비가 먼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