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밀라노 겨울올림픽]
엄마-아빠, 해외훈련-대회까지 동행
최 “넘어진후 못 뛸까봐 엉엉 울어
현장서 아빠에게 화내서 미안해”
후원해온 신동빈 회장 “자랑스럽다”
엄마-아빠 끌어안고 눈물
최가온(가운데)이 13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확정한 뒤 아버지 최인영 씨(왼쪽), 어머니 박지효 씨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리비뇨=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가온(18)은 13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부모님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최인영 씨(51)는 최가온을 스노보드의 세계로 이끈 사람이다. “오빠처럼 나도 보드를 사달라”고 떼를 쓰는 7세 딸에게 5만 원짜리 중고 스노보드를 사준 사람이 아버지 최 씨다. 그는 딸이 스노보드에 재능을 보이자 사업을 접고 전지훈련과 대회를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했다. 어머니 박지효 씨(43)도 주요 국제대회마다 현지에서 딸을 밀착 지원했다. 부부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경기장 근처에 숙소를 얻어 딸의 식사를 챙겼다.
최가온은 이날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져 일어서지 못했다. 의료진의 점검을 받은 뒤 스스로 파이프를 빠져나오긴 했지만, 한동안 주저앉아 있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아빠가 만들어주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가장 좋아하는 최가온이지만, 고통과 당황스러운 감정에 휩싸여 극도로 예민해진 1차 시기 이후엔 아빠에게 투정을 부렸다. 최가온은 “1차 시기에 넘어지고 나서 (더는) 올림픽을 못 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엉엉 울었다. 그때 아빠를 만났을 땐 화도 냈다. 경기장 쪽으로 올라와서는 아빠 전화도 안 받았다. 그래서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했다.
최가온은 과거에도 이날 1차 시기에 시도한 기술을 펼치다가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아버지 최 씨도 딸의 몸 상태가 걱정됐다. 하지만 올림픽을 위해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딸이 단 한 번의 실패로 올림픽을 마감하지 않기를 바랐다. 당시 최 씨는 딸에게 “포기하지 말아. 이건 올림픽이니까”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말에 힘을 얻은 딸은 결국 3차 시기에서 대역전극을 만들어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가족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가온을 응원했다. 스노보드 선수로 활동 중인 오빠 최우진(19)은 이날 한국에서 대회가 있어 새벽부터 스키장에 나가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노트북으로 동생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 장면을 봤다. 최우진은 “1차 시기에서 동생이 넘어졌을 땐 (몸 상태가 걱정돼) 기권하기를 바라기도 했다”면서 “3차 시기에 자신의 최고 기술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도 포기하고 보드만 탔던 노력이 금메달로 보상받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가온의 할머니는 자택에서 TV로 손녀가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최가온은 “나와 아빠, 엄마가 (훈련 때문에) 외국을 많이 돌아다녔다. 그때 할머니가 언니와 오빠, 동생을 돌봐주셨다. 가족들에게 늘 고맙다”고 말했다.
스키·스노보드 종목을 장기간 후원해온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은 이날 최가온에게 “2024년에 큰 부상을 겪었던 최가온 선수가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부상 없이 경기를 마치기만 바랐는데 포기하지 않고 다시 비상하는 모습에 큰 울림을 받았다. 긴 재활 기간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며 대한민국 설상 종목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최 선수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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