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위생사협회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주최한 ‘돌봄정책 토론회’에서 임지준 건강수명 5080 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은 “지금 대한민국 돌봄은 심정지 상태이며, 더 늦기 전에 CPR을 해서 살려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임 이사장은 특히 통합돌봄의 근간이 되는 재정 구조가 이미 기능을 상실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현 체제로는 제도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통합돌봄 관련 예산은 약 900억 원이다. 시행령 기준으로 돌봄 대상자는 65세 이상, 심한 장애인, 취약계층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1,0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가장 보수적인 가정인 300만 명만 대상으로 계산해도 1인당 연간 3만 원, 월 2,500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생수 두 병도 사기 어려운 금액으로, 국가가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의료·요양·주거·영양·정신건강·안전 등 필수 서비스를 수행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를 두고 “통합돌봄을 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숫자”라고 비판한다. 통합돌봄은 의료·요양·사회서비스를 모두 포함하는 국가적 기반 정책이지만, 하루 83원으로는 방문요양, 방문간호, 방문구강관리, 식사지원, 정신건강관리 등 어떤 핵심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지준 이사장은 “월 2,500원, 하루 83원으로 돌봄을 하라는 것은 결국 정부가 돌봄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건강수명 격차가 18년 이상 벌어진 나라에서 이런 예산으로 통합돌봄을 시작하겠다고 하는 것은 제도화를 포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예산 부족 때문이 아니라, 돌봄을 ‘있으면 좋은 복지 항목’ 정도로 취급하는 한국식 돌봄 인식 구조에서 비롯된 근본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돌봄 재정을 전면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통합돌봄은 이름만 남고 실질적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세 구조 개편, 고향사랑기부금의 지역 건강·돌봄 용도 확대, 복권기금·경마수익금·사회복지기금 등 다양한 재원을 돌봄 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의 일반회계 중심 구조로는 국가적 통합돌봄 체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임지준 이사장은 “돌봄 예산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재정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돌봄 재원마련 추진연대를 출범시켜 돌봄과 건강수명 정책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국가 구조를 만들겠다”며 “월 2,500원으로 시작하는 통합돌봄은 시작이 아니라 이미 실패가 예정된 정책인 만큼, 대한민국은 돌봄을 국가 핵심정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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