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견 “토론회 발언에 사법판단 경계” 반대의견 “유권자 판단 방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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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무죄취지 파기환송]
‘친형 강제입원 부인’ 7대5 무죄… 김명수 대법원장 등 다수 7인
“의혹 답변과정서 나온 단순 부인… 자유로운 의사표현 보장돼야”
박상옥 대법관 등 반대 5인 “의도적으로 사실 왜곡한 답변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 통합당 “토론회 거짓말 괜찮나” 비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이 지사는 이날 대법원이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도지사직을 유지했다. 수원=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이 지사는 이날 대법원이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도지사직을 유지했다. 수원=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1년 7개월에 걸친 재판이 16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날 대법원은 이 지사에게 벌금 300만 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7 대 5로 팽팽히 나뉘었다.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던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전원합의체 구성원 사이에서도 첨예한 쟁점이었다.

○ 다수 의견 7명 “적극적인 반대 사실 공표 아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이 지사의 과거 다른 사건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회피해 재판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지사가 친형의 강제입원과 관련해 자신에게 불리한 점은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 말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였다.

이 지사는 2018년 5월 지방선거 당시 KBS TV토론에서 상대 후보가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고 질문하자 “그런 일 없다. 그거는 어머니 등이 진단을 의뢰했던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지사는 그해 6월 MBC 토론회에서도 “김영환 후보가 제가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어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1심과 2심 모두 이 지사가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데 개입했다는 점은 사실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 지사가 TV토론에서 “그런 일 없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을 한 점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 의견(7명)은 무죄였다. 김 대법원장은 다수의견을 대표해 “이 지사의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의혹 제기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고,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일 뿐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어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 공직선거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을 사후에 사법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대 5명 “의도적으로 사실 왜곡”

김 대법원장의 다수 의견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바로 왼쪽에 앉은 박상옥 대법관이 5명의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박 대법관은 “이 지사의 당시 답변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토론 상대방의 질문은 즉흥적이거나 돌발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 지사는 ‘친형의 정신병원 입원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헌법상 자유선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더라도 대의민주주의의 기능과 선거의 공정 등 선거제도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표 차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론이 달라진 데에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던 권순일 대법관이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권 대법관은 대법관 12명 중 최선임으로 관례에 따라 대법원장 바로 직전에 의견을 밝힌다. 회피 신청을 했던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10명의 대법관이 5 대 5로 팽팽히 갈린 상황에서 권 대법관이 파기환송으로 판단을 내리면서 이 전 지사를 살리는 쪽으로 다수 의견이 기울었던 것으로 보인다. 9월 퇴임할 예정인 권 대법관은 2017년 말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함께 맡고 있다.

이날 판결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법과 법관의 양심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인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앞으로 TV토론에서 상대 후보의 질문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어서 혼탁한 선거문화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고도예·김준일 기자
#이재명#대법원#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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