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죄취지 파기환송]
‘친형 강제입원 부인’ 7대5 무죄… 김명수 대법원장 등 다수 7인
“의혹 답변과정서 나온 단순 부인… 자유로운 의사표현 보장돼야”
박상옥 대법관 등 반대 5인 “의도적으로 사실 왜곡한 답변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 통합당 “토론회 거짓말 괜찮나” 비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1년 7개월에 걸친 재판이 16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날 대법원은 이 지사에게 벌금 300만 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7 대 5로 팽팽히 나뉘었다.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던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전원합의체 구성원 사이에서도 첨예한 쟁점이었다.
○ 다수 의견 7명 “적극적인 반대 사실 공표 아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이 지사의 과거 다른 사건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회피해 재판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지사가 친형의 강제입원과 관련해 자신에게 불리한 점은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 말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였다.
이 지사는 2018년 5월 지방선거 당시 KBS TV토론에서 상대 후보가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고 질문하자 “그런 일 없다. 그거는 어머니 등이 진단을 의뢰했던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지사는 그해 6월 MBC 토론회에서도 “김영환 후보가 제가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어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1심과 2심 모두 이 지사가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데 개입했다는 점은 사실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 지사가 TV토론에서 “그런 일 없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을 한 점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 의견(7명)은 무죄였다. 김 대법원장은 다수의견을 대표해 “이 지사의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의혹 제기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고,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일 뿐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어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 공직선거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을 사후에 사법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대 5명 “의도적으로 사실 왜곡”
김 대법원장의 다수 의견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바로 왼쪽에 앉은 박상옥 대법관이 5명의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박 대법관은 “이 지사의 당시 답변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토론 상대방의 질문은 즉흥적이거나 돌발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 지사는 ‘친형의 정신병원 입원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헌법상 자유선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더라도 대의민주주의의 기능과 선거의 공정 등 선거제도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표 차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론이 달라진 데에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던 권순일 대법관이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권 대법관은 대법관 12명 중 최선임으로 관례에 따라 대법원장 바로 직전에 의견을 밝힌다. 회피 신청을 했던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10명의 대법관이 5 대 5로 팽팽히 갈린 상황에서 권 대법관이 파기환송으로 판단을 내리면서 이 전 지사를 살리는 쪽으로 다수 의견이 기울었던 것으로 보인다. 9월 퇴임할 예정인 권 대법관은 2017년 말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함께 맡고 있다.
이날 판결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법과 법관의 양심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인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앞으로 TV토론에서 상대 후보의 질문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어서 혼탁한 선거문화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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