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극적 허위사실 표명만 처벌” 대법의 이재명 파기환송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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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 원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지사는 현직을 유지함과 동시에 피선거권 박탈을 모면했다.

이 지사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은 것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둔 두 방송토론회에서의 발언 때문이다. 그는 그해 5월 열린 KBS 토론회에서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있죠”라고 묻는 질문에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그거는 어머니 등이 진단을 의뢰했던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6월 MBC 토론회에서는 앞선 KBS 토론회를 의식한 듯 “김영환 후보가 제가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어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는 미리 준비한 말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의견은 7 대 5로 갈렸다. 다수의견은 “방송토론회의 즉흥성을 고려할 때 후보자가 부분적으로 잘못되거나 일부 허위의 표현을 하더라도 토론 과정에서 검증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소수의견은 특히 이 지사의 MBC 토론회 발언에 주목해 “그것은 상대 후보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토론회 발언에 대해 이 지사가 먼저 발언한 것으로, 토론회의 즉흥성을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고 봤다.

다수의견은 유력 대선 후보의 피선거권을 토론회에서의 몇 마디 말 때문에 박탈하는 것이 타당한지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앞으로 이 판결의 영향으로 방송토론회에서 후보자 발언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더 어려워졌다. 다수의견은 “토론 과정에서 검증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했으나 이 지사의 발언은 토론 과정에서는 물론 선거 전까지도 검증되지 못했다. 선거 후 6개월을 넘겨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에서 판결이 내려져서야 거짓말로 확인됐다.

이 지사는 어제 판결 직후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을 확인했다”고 했는데, 판결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법원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친형인 이재선 씨에 대해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되 다만 직권남용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19일 접수한 이 사건에 대해 10개월이 지나서야 판결을 내렸다. 검찰 기소 후 1심부터 합치면 20개월이 지났다. 이미 이 지사의 임기가 절반을 넘겼다. 선거 재판은 다른 사건을 좀 미뤄두더라도 유죄든 무죄든 신속히 끝내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
#대법원#이재명#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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