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피겨스케이팅 스타 일리야 말리닌(22·미국)은 지난해 12월 7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7개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성공시킨 뒤 이렇게 말했다. 이날 말리닌은 쿼드러플 악셀(4.5회전)을 포함해 모든 점프에서 가산점에 해당하는 수행점수(GOE)를 챙겼다.
피겨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말리닌은 내달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에서도 금메달이 유력하다. 말리닌은 최근 두 시즌(2023~2024, 2024~2025시즌) 연속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는 등 지난 2년간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일리야 말리닌의 ‘쿼드러플 악셀’ / 자료 출처: 피겨스케이팅 분석 전문 매체 ‘Perform-Live’
AP/뉴시스말리닌은 실전에서 쿼드러플 악셀을 성공한 유일한 선수다.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 점프는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악셀 점프는 피겨 점프 중 유일하게 앞을 보고 도약한다. 다른 쿼드러플 점프보다 반 바퀴를 더 돌아야 하기 때문에 체공 시간도 길어야 한다. 피겨 분석 전문 매체 ‘Perform-Live’에 따르면 말리닌은 쿼드러플 악셀을 뛸 때 시속 24km로 스케이팅한 뒤 78cm 높이로 도약한다. 1620도를 돌고 난 뒤 3m를 날아가 착지한다. 이 모든 과정이 0.8초 안에 이뤄진다. 오직 말리닌만 할 수 있는 쿼드러플 악셀은 기본 점수 12.50점으로 쿼드러플 점프 중 가장 높다.
이 점프를 실전에서 가장 먼저 시도한 선수는 2014 소치, 2018 평창 대회 금메달리스트 하뉴 유즈루(32·일본·은퇴)다. 하뉴는 2022 베이징 올림픽 때 힘차게 도약했으나 회전수를 채우지 못한 채 넘어졌다.
AP/뉴시스하지만 하뉴의 도전은 말리닌에게 자극제가 됐다. 말리닌은 “하뉴 덕에 쿼드러플 악셀을 시도할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말리닌은 약 6개월 뒤인 2022년 9월 ISU US 인터내셔널 클래식에서 쿼드러플 악셀을 시도해 깨끗하게 착지했다.
말리닌이 세계 최고의 점프 기술을 가진 배경엔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기본기와 점프에 최적화된 신체 조건이 있다. 말리닌의 부모님은 모두 피겨 선수 출신이다. 어머니 타티아나 말리니나(53)와 아버지 로만 스코르니아코프(50) 모두 우즈베키스탄 피겨 국가대표로 1998년 나가노 올림픽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 출전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말리닌은 피겨 코치로 활동한 부모님께 점프를 배웠다.
세계선수권 우승자 출신인 패트릭 챈(36·캐나다)은 “말리닌은 퀸튜플(5회전) 점프도 시도해볼 수 있는 몸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말리닌은 이미 퀸튜플 점프를 연마하고 있다. 말리닌은 지난해 12월 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을 마친 뒤 “퀸튜플 점프가 거의 완성됐다”고 말해 피겨계를 놀라게 했다. 말리닌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이후 본격적으로 퀸튜플 점프를 실전에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쿼드러플 점프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쿼드의 신’으로 불리는 말리닌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자기 소개에도 ‘쿼드 갓(Quad God)’이라는 문구를 적어놨다. 환상적인 쿼드러플 점프를 앞세워 2022 베이징 올림픽 남자 싱글 금메달을 따낸 네이선 첸(27·미국)의 별명은 ‘쿼드 킹’이다. 첸은 이번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현재 남자 피겨 올림픽 기록은 첸이 보유한 332.60점이다. 말리닌이 이번 올림픽에서 기록으로도 왕을 넘어 신으로 등극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시즌 말리닌의 최고 기록은 작년 11월 ISU 그랑프리 스케이트 캐나다 인터내셔널에서 작성한 333.81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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