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이소연 동아일보 문화부 이소연 기자 공유하기 always99@donga.com

안녕하세요. 이소연 기자입니다.

기사 제보
최신 순
[책의 향기]매너가 인간을 만들고 공간은 매너를 바꾼다왜 우리나라 국회는 몸싸움을 벌이는 ‘동물 국회’가 되거나 아예 일하기를 멈추는 ‘식물 국회’가 되곤 할까. 건축가인 저자는 사람이 아닌 공간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영국 하원의사당은 테이블을 중앙에 놓고 양당이 마주 본 채 다닥다닥 붙어 앉는 비좁은 구조라 마이크 없이도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오페라극장을 닮은 프랑스 국회의사당은 계단식 의자가 설치돼 앞사람이 하는 일을 뒷사람이 볼 수 있다. 한국 국회의사당은 정반대다. 의원 수 대비 1인당 면적이 3.16m²로 프랑스 국회의사당(0.94m²)보다 훨씬 넓은 데다 의자마저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 상호 감시체계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느슨하고, 상대방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화여대 캠퍼스 복합단지(ECC)를 설계한 건축가로 유명한 저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도시공간의 비밀을 풀어낸다. “우리는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우리를 만든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빌려 도시공간이 우리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힌다.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유럽 여러 도시를 여행한 덕에 파리 등 대도시와 한국 도시공간을 비교분석한 사례가 풍부하게 담겼다. 도시구조는 한 사람은 물론 공동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왜 무수히 많은 한국 운전자들은 프랑스, 독일 등과 달리 차량 정지선을 지키지 않을까. 성격 급한 한국인의 특성 탓으로 접근하면 바뀌는 건 없다. 저자는 다른 데에서 해답을 찾는다. 많은 이들이 같은 잘못을 저지른다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문제이지 않을까. 유럽에서는 차량 신호등이 정지선 바로 앞에 설치돼 있다. 운전자가 정지선을 넘어가면 차량 신호를 볼 수 없기에 법을 지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횡단보도 너머에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 운전자가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를 침범해도 교통신호를 확인하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다. 운전자 처벌수준을 강화하는 것보다 차량 신호등 위치를 바꾸는 게 사고를 줄이는 근본 해법인 셈이다. 도시공간은 때로 삶의 방식을 바꾼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건축가 우대성이 2013년 부산 서구에 지은 보육시설 수국마을 사례를 풀어낸다. 요양병원처럼 생긴 복도식 건물에서 살던 100명의 아이들은 규율에 따라 살아갈 뿐, 제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새 보육시설을 지어달라는 의뢰를 받은 우대성은 오랜 고민 끝에 옛 건물을 완전히 허물고 그 위에 조그마한 집 여러 채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을 지었다. 공간이 바뀌자 아이들의 일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집과 마을의 주인이 된 아이들이 스스로 집안일을 분담하고 집을 가꾸며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터득해 나간 것이다. “시민이 도시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저자의 건축 철학도 눈길을 끈다. 그는 시민을 도시의 주인으로 만드는 변화는 아주 작은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1923년 파리 시당국은 튈르리 정원에 고정된 벤치를 놓는 대신 누구나 손쉽게 위치를 바꿀 수 있는 녹색 철제 의자 수백 개를 마련했다. 제각각 다른 방향, 다른 위치에 놓여 멀리서 보면 무질서해 보이지만 의자 위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은 제 집처럼 편안해 보인다. 어쩌면 의자 하나, 신호등 하나, 건물 하나에 깃든 건축가의 철학이 도시의 풍경을 이처럼 새롭게 바꿔왔는지도 모르겠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25 03:00
의원당 면적, 佛 3배인 의사당…불통에 으르렁 ‘동물국회’로왜 우리나라 국회는 몸싸움을 벌이는 ‘동물 국회’가 되거나 아예 일하기를 멈추는 ‘식물 국회’가 되곤 할까. 건축가인 저자는 신간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 사람이 아닌 공간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영국 하원의사당은 테이블을 중앙에 놓고 양당이 마주본 채 다닥다닥 붙어 앉는 비좁은 구조라 마이크 없이도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오페라극장을 닮은 프랑스 국회의사당은 계단식 의자가 설치돼 앞 사람이 하는 일을 뒷사람이 볼 수 있다. 한국 국회의사당은 정반대다. 의원 수 대비 1인당 면적이 3.16㎡로 프랑스 국회의사당(0.94㎡)보다 훨씬 넓은데다 의자마저 띄엄띄엄 떨어져있다. 상호 감시체계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느슨하고, 상대방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화여대 캠퍼스 복합단지(ECC)를 설계한 건축가로 유명한 저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도시공간의 비밀을 풀어낸다. “우리는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우리를 만든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빌려 도시공간이 우리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힌다.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유럽 여러 도시를 여행한 덕에 파리 등 대도시와 한국 도시공간을 비교분석한 사례가 풍부하게 담겼다. 도시구조는 한 사람은 물론 공동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왜 무수히 많은 한국 운전자들은 프랑스, 독일 등과 달리 차량 정지선을 지키지 않을까. 성격 급한 한국인의 특성 탓으로 접근하면 바뀌는 건 없다. 저자는 다른 데에서 해답을 찾는다. 많은 이들이 같은 잘못을 저지른다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문제이지 않을까. 유럽에서는 차량 신호등이 정지선 바로 앞에 설치돼 있다. 운전자가 정지선을 넘어가면 차량 신호를 볼 수 없기에 법을 지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횡단보도 너머에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 운전자가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를 침범해도 교통신호를 확인하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다. 운전자 처벌수준을 강화하는 것보다 차량 신호등 위치를 바꾸는 게 사고를 줄이는 근본 해법인 셈이다.도시공간은 때로 삶의 방식을 바꾼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건축가 우대성이 2013년 부산 서구에 지은 보육시설 수국마을 사례를 풀어낸다. 요양병원처럼 생긴 복도식 건물에서 살던 100명의 아이들은 규율에 따라 살아갈 뿐, 제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새 보육시설을 지어달라는 의뢰를 받은 우대성은 오랜 고민 끝에 옛 건물을 완전히 허물고 그 위에 조그마한 집 여러 채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을 지었다. 공간이 바뀌자 아이들의 일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집과 마을의 주인이 된 아이들이 스스로 집안일을 분담하고 집을 가꾸며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터득해나간 것이다. “시민이 도시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저자의 건축 철학도 눈길을 끈다. 그는 시민을 도시의 주인으로 만드는 변화는 아주 작은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1923년 파리 시당국은 튈르리 정원에 고정된 벤치를 놓는 대신 누구나 손쉽게 위치를 바꿀 수 있는 녹색 철제 의자 수백 개를 마련했다. 제각각 다른 방향, 다른 위치에 놓여 멀리서 보면 무질서해 보이지만 의자 위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은 제 집처럼 편안해 보인다. 어쩌면 의자 하나, 신호등 하나, 건물 하나에 깃든 건축가의 철학이 도시의 풍경을 이처럼 새롭게 바꿔왔는지도 모르겠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24 13:28
“항일단체 대동단 이끈 김가진, 독립운동가로 재평가할 때”‘그는 조선 독립을 뜻하는 사람에게 공경 받았으며 중국 상하이로 건너간 이후의 고생은 극도에 이르러 하루 한 끼를 먹지 못해 추위가 극에 다다른 가운데 세상을 마쳤다.’ 1922년 7월 7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동농(東農) 김가진(1846∼1922)의 부고 기사다. 그는 대한제국 대신 출신으로 항일운동을 펼친 독립운동가다. 양반가에서 태어나 판사대신주일공사(辦事大臣駐日公使)로 활동했다. 국권 침탈 후에는 1919년 4월 항일 비밀결사단체 대동단(大同團)을 조직하고 같은 해 10월 상하이로 망명했다. 이듬해 대한민국임시정부 고문을 맡아 굶주리면서도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는 올해 김가진 서거 100주년을 맞아 그의 독립운동 활동을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23일 열었다. 기념사업회장인 장명국 내일신문 대표는 개회사에서 “김가진 선생은 대한제국 대신이었기에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친일파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구한말 일본통 외교관이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선생을 재평가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이규수 일본 히토쓰바시대 한국학연구센터 교수는 ‘제국 일본의 동농 김가진 인식’ 논문에서 1919년 일제가 작성한 ‘상하이 지역 불령선인(不逞鮮人) 조사보고서’를 입수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동농은 일제가 감시하는 독립운동가였다. 1919년 11월 13일 일본 조선주둔군은 ‘김가진 부자가 11월 초 상하이에 와서 임정 사람과 협의하며 3만 청년을 규합하고 있다. 그들은 역정(逆政) 밑에서 노예생활을 보내기보다 독립군 깃발 아래 깨끗이 죽자는 선동적 언사를 일삼고 있다’는 내용의 문건을 총리대신에게 보고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김가진을 ‘종래 독립운동에 관계한 자’라고 지칭했다. 1920년 5월 작성된 ‘비밀결사 대동단원 검거 문건’에는 ‘대동단이 김가진을 두령(頭領)으로 갖가지 음모를 기획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 혈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선동적 기고문을 발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독립운동가 최익환(1889∼1959), 박영효(1861∼1939) 등과 함께 조직한 대동단은 ‘일본이 한국을 독립시키지 않으면 혈전이라도 벌이자’는 포고문을 배포하며 국내외 독립 여론을 고취시킨 항일 운동단체다. 이 교수는 “1919년 상하이로 망명해 대동단 총재와 임정 고문을 지낸 경력은 동농의 항일운동 이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는 “제국의 귀족이 임정에 몸담으며 일제에 치명타를 가했으며 구한말 백성이 대한민국 시민으로 거듭나는 전형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장명국 기념사업회장이 선생의 일생을 조명한 ‘대동단 총재 김가진’(석탑출판) 출판 기념회도 이날 함께 열렸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24 03:00
해외 떠돌다 고국 돌아온 ‘독서당계회도’해외로 반출됐다가 고국으로 돌아온 16세기 조선 산수화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가 22일 공개됐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올 3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매입한 독서당계회도를 이날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선보였다. 당시 경매 낙찰가는 69만3000달러(약 8억9700만 원). 가로 62.2cm, 세로 91.3cm의 화폭에 사가독서(賜暇讀書·관료들이 독서에 전념하도록 휴가를 내리는 제도) 중인 관료들이 두모포(豆毛浦·현 서울 성동구 옥수동 일대 한강변)에 나룻배를 띄워놓고 풍류를 즐기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강 건너 절벽 위로 이들이 모여 책을 읽던 독서당(讀書堂)이 보인다. 국내에 현존하는 조선시대 독서당계회도 3점 중 하나로 실경(實景) 산수화 중 이른 시기의 작품이다. 그림 하단에는 당시 계회(契會·친목 모임)에 참석한 관료 12명의 호와 이름, 본관, 과거급제 연도가 적혀 있어 제작연대를 가늠할 수 있다. 학계는 참석자 품계와 관직으로 미뤄볼 때 이 그림이 중종대인 1531년에 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계회 참석자 중에는 백운동서원을 세운 성리학자 주세붕(1495∼1537)이 포함돼 있다. 안휘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제작연도를 특정할 수 있는 데다 얇은 선과 점으로 그린 안견파 화풍을 반영하고 있어 회화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독서당계회도가 국외로 반출된 경위는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애초 소장자였던 교토 국립미술관 초대 관장 간다 기이치로(神田喜一郞)가 사망한 뒤 유족이 다른 일본인에게 판 것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 뉴욕 경매시장에서 산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다음 달 7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환수문화재 특별전을 통해 계회도를 전시할 예정이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23 03:00
“새처럼 날고픈 마음 그림에 담아…‘방황’, 새로운 길 만드는 계기”한 마리 새를 닮은 캐릭터가 여행가방 위에 올라탄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하늘 위에는 무지개와 구름, 보석이 두둥실 떠 있다. 양희린(46)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 ‘꿈꾸는 방랑자 - 우리 집은 어디일까?’가 서울 용산구 알롤로 갤러리에서 23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린다. 양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마음 속 이상향인 ‘우리 집’을 찾아 방랑하는 캐릭터를 그린 유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양 작가는 내면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림 속 주인공들은 자동차, 보트, 오토바이 등에 올라타 몽환적인 밤하늘을 누빈다. 그림 속 캐릭터가 한 마리의 새를 닮은 이유는 “새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 때문이다. 양 작가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기 때문에 늘 마음껏 달리고 싶었다. 나의 바람을 자전거, 오토바이 등을 타는 캐릭터의 모습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생동감 없이 텅 빈 캐릭터의 눈동자는 최근 아버지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작가의 상실감을 반영한다. 하지만 여전히 텅 빈 마음인 채로 방황하는 캐릭터들은 더디더라도 한 발자국씩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다. 이번 전시 작품들이 전작보다 화려한 색채를 띠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양 작가는 “새로운 세계관이 열리려면 방황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길을 잃어 보니 잘못 든 길이 새로운 지도를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방황하더라도 각자의 걸음걸이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21 14:49
“‘탑건2’ 관객, 실제 전투기 탄 기분일 것”32년 만에 나오는 속편 영화 ‘탑건: 매버릭’의 톰 크루즈(60) 등 출연진이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야외광장에 나타나 언론과 팬들을 만났다. 22일 이 영화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열 번째로 방한한 크루즈는 행사장에 모인 팬들과 일일이 주먹인사를 나누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2013년 부산 명예시민으로 위촉되는 등 국내 팬층이 두터운 크루즈는 2시간 동안 언론 인터뷰에 이어 팬들과 ‘셀카’를 찍고 ‘손 하트’를 선보였다. 그는 “벌써 열 번째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에 오는 건 늘 좋다”며 “이번 영화에서 대역 없이 오토바이, 차, 전투기를 직접 몰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실제 전투기에 탄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여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로 다시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제작을 맡은 제리 브룩하이머와 배우 마일스 텔러, 글렌 파월 등도 참석했다. 신작은 1986년 개봉한 ‘탑건’의 속편이다. 전편에서 해군 대위였던 전설의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톰 크루즈)이 대령으로 승진해 미 해군 훈련소 교관으로 돌아오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탑건: 매버릭’은 이날 예매율 전체 1위를 달렸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20 03:00
본보 “충무공 위토 경매 위기” 첫 보도후… 1년간 2만명 기부행렬충무공 유적 보존 모금 운동은 ‘2000원에 경매당하는 이충무공 묘소 위토’라는 제목의 1931년 5월 13일자 동아일보 특종 기사에서 비롯됐다. 이날 동아일보는 사회면에 “임진란, 거북선과 함께 역사를 지은 민족 은인 이 충무공의 위토 60두락지기가 장차 경매에 넘어갈 운명에 있다”고 보도했다. 충무공 13대 종손 이종옥 씨가 충남 아산 음봉면의 충무공 위토를 담보로 진 빚을 못 갚아 은행 경매에 넘어갈 위기라는 것. 다음 날 독립운동가이자 동아일보 논설위원인 위당 정인보(1893∼1950)가 ‘민족적 수치’라는 제목으로 1면 사설을 썼다. “충무공의 위토와 묘소가 넘어갈 처지에 이르렀음은 민족적 수치에 그치지 않고 민족적 범죄다.” 이후 “충무공 위토를 지켜 달라”는 편지와 성금이 동아일보에 쏟아졌다. 보도 다음 날인 14일부터 최태식 씨 등 5명이 ‘우리들의 주머니를 긁어모아 충무공 묘소와 위토를 찾자’는 편지와 5원을 보낸 게 시작이었다. 보도 후 열흘 만에 모인 성금이 1578원13전. 동아일보 주도로 결성된 ‘이충무공 유적 보존위원회’에 따르면 1931년 5월 16일부터 이듬해 6월 5일까지 약 2만 명, 400여 단체로부터 총 1만6021원30전이 모였다. 현재 가치로 약 10억 원에 달한다. 동아일보는 1931년 5월 23일자부터 6월 말까지 한 달여간 한 면을 털어 성금 기탁자 명단을 실었다. 이 덕분에 유적 보존위원회는 1931년 6월 11일 2272원22전을 내고 은행으로부터 충무공 위토를 되찾았다. 남은 돈으로는 1932년 충남 아산 백암리 충무공 고택 옆에 현충사를 중건했다. 당시 동아일보 편집국장이던 춘원 이광수(1892∼1950)는 모금 운동을 계기로 이듬해인 1932년 6월부터 178회에 걸쳐 직접 쓴 장편소설 ‘이순신’을 동아일보에 연재했다. 문화재청은 성금 편지와 지출장 등 4254점을 지난달 30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20 03:00
“독립운동 떠돌며 ‘충무공 위토’ 보존 기부… 할아버지 존경스러워”‘중국 상하이(上海) 샤페이(霞飛)로 1014롱(弄) 30호에서 문일민이 42전을 보냅니다.’ 1931년 “충무공 위토(位土·묘소 관리비를 조달하기 위한 토지)를 지켜 달라”는 내용의 편지와 성금봉투가 동아일보에 전해졌다. 봉투에 적힌 상하이 주소는 도산 안창호(1878∼1938)가 1913년 세운 항일 민족운동단체 흥사단의 상하이지부 은신처. 봉투에는 도산과 문일민을 비롯한 흥사단원 30명이 타향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각각 42전씩 애써 모은 성금이 담겼다.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는 일제강점기 경매 위기에 처한 충무공 위토를 지키기 위해 민족성금을 기탁한 선열의 후손을 찾고 있다. 현재까지 기탁자 6명의 후손을 확인했다. 현충사관리소는 올해 현충사 중건 90주년을 맞아 후손들에게 감사패를 전할 계획이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문일민(1894∼1968)의 손녀 문현아 씨(53)는 최근 현충사관리소 홈페이지의 민족성금 기탁자 명단에서 할아버지 이름을 찾아냈다. 문 씨는 “명단에서 할아버지 성함을 확인하고 가슴이 먹먹했다. 1931년은 아버지가 태어나신 해다. 삼형제를 키운 30대 가장이자 독립운동가로 타지를 떠돌면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기부한 할아버지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문일민은 1919년 3·1운동 직후 만주로 망명했다. 그 후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의원을 지내며 독립운동을 펼쳤다. 1920년 8월 2일 미국 국회의원단의 경성 방문 당시 일제의 평남 경찰부 담을 폭파한 뒤 상하이로 탈출했다. 그의 아내 안혜순도 남편을 따라 애국부인회 활동을 펼쳐 2019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돌아가시고 최근 아버지마저 치매에 걸리셔서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잃어가고 있어요. 우리 가족도 미처 몰랐던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게 돼 감사합니다.” 대구에 사는 김병국 씨(86)도 10일 기탁자 명단에서 부친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의 아버지는 약산 김원봉(1898∼1958)과 함께 무장 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을 이끈 월강(月岡) 김관제(1886∼1951). 기탁자 명단에는 월강이 1931년 성금 2원을 동아일보에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월강은 1917년 12월 의열단원들과 함께 일제 관청을 폭파하기 위해 상하이에서 국내로 폭탄을 운반하던 중 일본 헌병에 체포돼 수년간 옥살이를 했다. 귀국 후에는 대구에서 한의사로 지내며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육사(1904∼1944)에게 독립자금을 지원했다. 끝까지 창씨개명을 거부하다 대구형무소에서 광복을 맞았다. 정부는 1990년 그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아버지께서는 늘 당신 몫까지 떼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내주셨어요. 어릴 적 어머니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아버지가 계셨기에 지금 이 나라가 있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대구상원고도 최근 기탁자 단체 명단에서 옛 학교 이름(대구상업학교)을 찾았다. 당시 대구상업학교 재학생들은 16원30전을 동아일보에 보냈다. 이 학교 재학생들은 1942년 5월 독립운동 단체 ‘태극단’을 세웠고, 6·25전쟁 때에는 학도병으로 참전해 나라를 지켰다. 유진권 대구상원고 교장은 “내년에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학생들이 국가가 힘들 때 앞장선 선배들을 본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20 03:00
열번째 방한 톰 크루즈 “한국에 오는 건 늘 좋아”…손하트 선보여32년 만에 나오는 속편 영화 ‘탑건: 매버릭’의 톰 크루즈(사진·60) 등 출연진이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야외광장에 나타나 언론과 팬들을 만났다. 22일 이 영화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10번째로 방한한 크루즈는 행사장에 모인 팬들과 일일이 주먹 인사를 나누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2013년 부산 명예시민으로 위촉되는 등 국내 팬층이 두터운 크루즈는 2시간 동안 언론 인터뷰에 이어 팬들과 ‘셀카’를 찍고 ‘손 하트’를 선보였다. 그는 “벌써 열 번째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에 오는 건 늘 좋다”며 “이번 영화에서 대역 없이 오토바이, 차, 전투기를 직접 몰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실제 전투기에 탄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여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로 다시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제작을 맡은 제리 브룩하이머와 배우 마일즈 텔러, 글렌 포웰 등도 참석했다. 신작은 1986년 개봉한 ‘탑건’의 속편이다. 전편에서 해군 대위였던 전설의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톰 크루즈)이 대령으로 승진해 미 해군 훈련소 교관으로 돌아오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탑건: 매버릭’은 이날 예매율 전체 1위를 달렸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19 21:33
[책의 향기]초가공식품 늪에서 빠져나와 ‘제대로’ 먹자메뚜기 한 마리 앞에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율이 제각각 구성된 25가지 먹이가 놓여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부터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쌀까지 다양한 먹거리 앞에서 메뚜기는 무얼 선택할까. 호주 시드니대 생명환경과학과 교수인 두 저자는 1991년 메뚜기 20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실의 모든 메뚜기가 탄수화물 300mg, 단백질 200mg의 최적 균형을 갖춘 먹이를 선택한 것. 메뚜기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30년간 곤충영양학을 연구한 저자는 모든 생명체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식욕의 비밀’을 찾아냈다. 생물은 수학과 컴퓨터 없이도 스스로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주장이다. 곤충뿐 아니라 포유류까지 다양한 생물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심지어 미생물도 최적의 식단을 찾을 수 있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비율을 11단계로 설정한 접시에 점균(粘菌) 조각을 넣었더니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2 대 1의 비율로 이뤄진 먹이 위에만 점균 덩어리가 똬리를 틀었다. 단백질 대 탄수화물의 비율이 이보다 높거나 낮은 먹이 위에서는 균의 증식 속도가 더뎠다. 미생물인 점균도 번식을 위해 가장 완벽한 영양 비율을 찾아낸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인간은 미생물도 찾아낼 수 있는 최적의 식단을 찾아내지 못하는 걸까. 비만, 당뇨, 심장질환 등 현대사회에서 인류는 불균형한 식단으로 발생하는 여러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저자는 인간에게 식단을 조절하는 능력이 애초부터 없었던 게 아니라 1860년대 이후 초가공식품이 대규모로 생산·유통되면서 최적의 식단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초가공식품은 식용유와 같은 가공식품에 비해 화학적 가공을 더 많이 한 식품으로 인스턴트 라면, 각종 과자류, 소시지, 도넛 등이 이에 해당한다. 초가공식품은 주로 지방, 탄수화물로 구성돼 있다. 하루 식단에서 초가공식품 비율이 높으면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단백질의 빈틈이 채워질 때까지 다른 식품을 먹고 또 먹기에 현대인은 비만이 되기 쉽다는 것. 실제 저자가 미국인 9042명의 식단을 분석한 결과 하루 식단 중 초가공식품 비율이 높아질수록 일일 에너지 섭취량 역시 증가했다. 초가공식품을 피하라는 저자의 해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2016년 새로 나온 식료품 2만여 종 가운데 60%가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될 정도로 일상 곳곳에 초가공식품이 침투해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나이, 성별, 활동량을 토대로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섭취해야 하는 열량을 확인하는 계산법이 상세히 담겨 있다. 이처럼 하루 섭취량을 꼼꼼히 따져서 먹다 보면 인간도 동물처럼 최적의 식단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결정한다”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18 03:00
메뚜기-미생물도 균형잡힌 식사를 한다는데…인간은 왜?메뚜기 한 마리 앞에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율이 제각각 구성된 25가지 먹이가 놓여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부터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쌀까지 다양한 먹거리 앞에서 메뚜기는 무얼 선택할까. 신간 ‘식욕의 비밀’의 공동 저자이자 호주 시드니대 생명환경과학 교수들인 데이비드 로벤하이머와 스티븐 J. 심프슨은 1991년 메뚜기 20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실의 모든 메뚜기가 탄수화물 300mg, 단백질 200mg의 최적 균형을 갖춘 먹이를 선택한 것. 메뚜기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30년간 곤충영양학을 연구한 저자는 모든 생명체들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식욕의 비밀’을 찾아냈다. 생물은 수학과 컴퓨터 없이도 스스로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주장이다. 곤충뿐 아니라 포유류까지 다양한 생물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심지어 미생물도 최적의 식단을 찾을 수 있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비율을 11단계로 설정한 접시에 점균(粘菌) 조각을 넣었더니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2대 1의 비율로 이뤄진 먹이 위에만 점균 덩어리가 똬리를 틀었다. 단백질 대 탄수화물의 비율이 이보다 높거나 낮은 먹이 위에서는 균의 증식 속도가 더뎠다. 미생물인 점균도 번식을 위해 가장 완벽한 영양 비율을 찾아낸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인간은 미생물도 찾아낼 수 있는 최적의 식단을 찾아내지 못하는 걸까. 비만, 당뇨, 심장질환 등 현대사회에서 인류는 불균형한 식단으로 발생하는 여러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저자는 인간에게 식단을 조절하는 능력이 애초부터 없었던 게 아니라 1860년대 이후 초가공식품이 대규모로 생산 유통되면서 최적의 식단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초가공식품은 식용유와 같은 가공식품에 비해 화학적 가공을 더 많이 한 식품으로 인스턴트 라면, 각종 과자류, 소시지, 도넛 등이 이에 해당한다. 초가공식품은 주로 지방, 탄수화물로 구성돼 있다. 하루 식단에서 초가공식품 비율이 높으면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단백질의 빈틈이 채워질 때까지 다른 식품을 먹고 또 먹기에 현대인은 비만이 되기 쉽다는 것. 실제 저자가 미국인 9042명의 식단을 분석한 결과 하루 식단 중 초가공식품 비율이 높아질수록 일일 에너지 섭취량 역시 증가했다. 초가공식품을 피하라는 저자의 해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2016년 새로 나온 식료품 2만여 종 가운데 60%가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될 정도로 일상 곳곳에 초가공식품이 침투해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나이, 성별, 활동량을 토대로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섭취해야 하는 열량을 확인하는 계산법이 상세히 담겨 있다. 이처럼 하루 섭취량을 꼼꼼히 따져서 먹다 보면 인간도 동물처럼 최적의 식단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결정한다”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17 11:31
“출생신고는 ‘존엄한 존재’의 첫 출발점… 모두의 의무”태어났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지난해 12월 제주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살아온 A 씨(23) 등 세 자매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은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중고교까지 정규교육을 일절 받지 못했다. 건강보험증이 없어 아파도 병원 진료조차 받지 못했다. 친모는 “출생신고 절차가 복잡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홈스쿨링으로 교육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불과 6개월 전 일이에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출생신고를 선택이라 여기고 있어요.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건 아동학대입니다. 아이가 누려야 할 모든 권리를 앗아가니까요.”(김희진 변호사·35) 김 변호사와 강정은 변호사(39) 등 변호사 5명이 최근 신간 ‘생일 없는 아이들’(틈새의시간)을 펴냈다. 서울 중구 법률사무소에서 13일 만난 김 변호사와 강 변호사는 “출생신고는 아이가 존엄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동의 출생신고를 보장하기 위해 2015년 출범한 시민단체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에서 활동 중이다.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거나 미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은 경우, 내연 관계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 단체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가 최소 8000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김 변호사는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로 한정한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올 4월 법무부는 의료기관에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에 통보할 의무를 부여한 출생통보제를 담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병원은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고, 지자체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에 대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의료계는 행정 의무를 민간에 떠넘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 출생신고는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의무”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검사나 지자체장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2016년 가족관계등록법이 개정됐지만 지난해 10월까지 지자체장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한 사례는 10건에 그쳤다. 강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아이를 유기한 부모를 영아 유기죄로 수사하면서도 정작 아이가 신고됐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사기관, 교육기관, 병원뿐 아니라 이웃까지 모두가 아이를 지킬 책무가 있어요. 여러분 곁에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은 아이가 있다면 가까운 지자체에 알려주세요. 법률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강 변호사)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17 03:00
3cm 금박에 0.05mm 선으로 새긴 화조도, 통일신라시대 ‘초정밀 금속예술’ 첫 공개가로 3.6cm, 세로 1.17cm.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금박에 별세계가 펼쳐져 있다. 상상의 꽃 단화(團華)가 사방에 흐드러지게 핀 가운데 멧비둘기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있다. 꽃과 비둘기 모두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난다. 놀랍게도 이 그림은 A4 용지보다 얇은 0.04mm 두께의 금박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0.05mm의 세선(細線)으로 새겨져 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고 현미경으로 6배가량 확대해 봐야 무늬 전체가 드러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경주 동궁과 월지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을 16일 공개하자 학계는 “통일신라시대 금속예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 금박 유물은 2016년 11월 경주 월지의 임해전(臨海殿) 터 건너편 동쪽 건물터에서 2점으로 쪼개진 채 발견됐다. 20m가량 떨어져 있던 두 금박 조각은 심하게 구겨진 상태였다. 연구소는 발굴 후 2년간 보존처리를 거쳐 두 조각을 하나로 합쳤다. 연구소는 금박에 새겨진 화조도(花鳥圖)가 7, 8세기 무렵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양식인 데다 유물이 출토된 토층이 통일신라시대에 속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이 유물이 8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존하는 신라시대 그림이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天馬圖)와 불교경전 표지 3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번 출토품은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다. 한정호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신라시대 회화 예술의 우수성을 증명할 핵심 유물”이라고 말했다. 금박에 새겨진 화조도의 양식이 실크로드에서도 발견된 점으로 미뤄 신라와 서역의 문화 교류 흔적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박 유물의 용도는 아직 미스터리다. 학계는 동궁과 월지가 신라시대 별궁 터였다는 점에 근거해 왕실 용품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어창선 연구소 학예연구관은 “왕실에서 사용하던 기물의 끝 장식이거나 마구리 장식일 수 있다. 쓰임새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누군가에게 과시할 수 없을 만큼 극도로 미세하게 새긴 수법으로 미뤄 종교 유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정호 교수는 “육안으로는 어떤 문양이 새겨져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정교한 유물이다. 인간이 아닌 신에게 바치는 봉헌물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제작 기법도 밝혀내야 할 과제다. 김경열 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넓은 금판에 문양을 새긴 뒤 필요한 부분을 오려냈을 것이다. 현미경 분석 결과 금박을 선에 맞춰 잘라낸 흔적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금속공예품은 망치로 정을 내리쳐 무늬를 새기지만, 이번 출토품은 금박 두께가 0.04mm로 얇아 이런 방식으로 새기지 못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극미세 철필로 금박을 긁어내듯 무늬를 새겼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금박 유물은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천존고 전시실에서 일반에 공개된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17 03:00
BTS, 개별 활동으로 2막… 제이홉-RM 등 솔로 앨범 준비“이제 나를 시작으로 각자 (솔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제이홉) 방탄소년단(BTS)이 14일 그룹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하며 ‘BTS’로서의 1막이 끝났다. 단체 활동은 잠시 멈추지만 7명의 멤버는 솔로 활동으로 2막을 준비 중이다. 첫 주자는 제이홉이다. 그는 14일 유튜브 채널 ‘방탄티비(BANGTANTV)’를 통해 “개인 활동은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기조 변화를 뜻한다. 방탄소년단이 챕터2로 가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며 솔로 활동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제이홉은 “이제부터 믹스테이프(비정규 앨범)가 아니라 정식 솔로 앨범으로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은 팀 활동을 이어오면서도 RM, 슈가, 제이홉 등이 개인별 믹스테이프를 발표한 바 있다. 제이홉은 다음 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대형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LOLLAPALOOZA)’에서 솔로 데뷔 무대를 갖는다. 한국 가수가 롤라팔루자에서 메인 무대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제이홉은 데뷔 초부터 방탄소년단 앨범 타이틀곡과 수록곡 작사·작곡에 참여한 싱어송라이터로 2018년 3월 발매한 그의 첫 번째 솔로 믹스테이프 ‘Hope World’(홉월드)는 빌보드200 차트에서 38위, 빌보드 톱 랩 앨범 차트 19위에 올랐다. 솔로 가수로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리더 RM은 제이홉의 신곡에 대해 “멋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RM은 다양한 장르를 녹인 솔로 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곡들은 일관성이 하나도 없다. 장르도 다 다르다”고 했다. 2018년 발표한 믹스테이프 ‘모노(MONO)’가 빌보드200 차트 26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RM은 2020년 재즈 싱어송라이터 은희영의 앨범에 백 보컬로 참여하는 등 다채로운 행보를 보여줬다.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 사이에서 ‘민 프로듀서(PD)’라고 불리는 슈가(본명 민윤기)도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이다. 슈가는 이소라의 ‘신청곡’, 아이유의 ‘에잇’, 싸이의 ‘댓댓’을 통해 프로듀싱 능력을 선보였다. 이에 더해 슈가는 “광고 음악, 게임 음악 등 여러 장르를 하고 싶다”며 폭넓은 활동을 예고했다. 정국은 “슈가 형 다음엔 내가 나선다”며 차기 앨범 발매 시기를 언급했다. 올 3월 “올해 개인 믹스테이프를 내겠다”고 팬들과 약속했던 뷔도 솔로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RM은 “(뷔가) 오래전부터 준비했고 좋은 곡을 많이 만들어 놨다. (만든 곡을) 들어봤는데 팬들이 너무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지민은 “나는 이제 시작했다. 슈가 형에게 찾아가 피처링을 부탁했다”고 귀띔했다. 진은 연기 활동에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나도 곡을 받고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배역에 따라 다양한 것들을 공부하고 배워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음악계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15일 “앞서 믹스테이프를 발표한 멤버들이 빌보드200 차트에서 저력을 보여줬듯 멤버 모두 브랜드 가치가 높고 솔로로서의 역량을 갖고 있다”며 “오래전부터 솔로 활동을 준비해온 만큼 각자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16 03:00
“베트남 설화 ‘의붓자매 떰과 깜’ 한국 콩쥐팥쥐 이야기와 닮았다”신데렐라, 백설공주, 라푼젤…. 서구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설화(說話)는 동화책은 물론이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세계 어린이들의 가슴속에 뿌리내린 지 오래다. 30년 넘게 구비문학을 연구한 신동흔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59)는 서구 설화보다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이 품고 있는 옛이야기가 궁금했다. 그의 경기 양평군 집 주변에는 중국 출신 이주민이 산다.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여성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서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서구 유럽의 설화는 익히 알려져 있는데 정작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남아 출신 이주민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어요. 어쩌면 진정 새로운 이야기는 그들로부터 나오지 않을까요.” 신 교수 등 구비문학 연구자 16명이 1364편에 달하는 세계 구전설화를 정리한 ‘다문화 구비문학대계’ 21권(북코리아)을 최근 펴냈다. 2016년부터 3년간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27개국 출신 이주민 136명을 인터뷰한 결과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 연구실에서 13일 만난 신 교수와 오정미 인하대 다문화융합연구소 연구교수(46), 김정은 건국대 서사문학치료연구소 연구교수(48)는 “옛이야기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말했다. 언어나 국가는 달라도 각국 설화에는 비슷비슷한 사람 이야기가 담겼다. 2017년 12월 김 교수가 경북 경산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부티프엉 씨(32)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우리나라에도 ‘콩쥐팥쥐’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며 ‘의붓자매 떰과 깜’ 설화를 들려줬다. 새엄마가 자신의 친딸 깜과 함께 의붓딸 떰을 학대하다 벌을 받는 이야기다. 언어나 문화는 서로 달라도 아이를 학대하면 처벌받는다는 인과응보의 가치관을 공유한 것. 그뿐일까. ‘망태 할아버지’ 설화는 문화권에 따라 할머니로 변주되는 차이만 있을 뿐,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들려주는 경고라는 공통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부모 모습은 세계 어디서나 같아요. 겉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결국 같은 인간이니까요.”(오 교수) 설화는 서로 다른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통로가 돼주기도 한다. 필리핀에서 전하는 ‘첫 번째 원숭이 루파네스’ 설화가 대표적이다. 동물 가죽을 벗겨 질기고 강한 옷을 만들어 팔던 상인에게 분노한 신이 그를 털가죽으로 뒤덮인 원숭이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에는 동물의 생명을 중시하는 필리핀 문화가 깃들어 있다. 오 교수는 “동남아 설화에는 자연과 공존하고 타인을 포용하는 문화가 뿌리내려 있다. 3년의 연구를 통해 내 안의 편견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문화 구비문학대계’를 바탕으로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동화를 제작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민이 들려준 설화가 다문화사회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다름을 받아들일 자양분이 돼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책에 담긴 1364편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된 이주민이 우리말로 풀어낸 우리의 문화자원입니다. 앞으로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줄 거라고 믿어요.”(신 교수)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15 03:00
‘콩쥐팥쥐‘ ‘망태 할아버지’ 이야기 베트남에도 있어요신데렐라, 백설공주, 라푼젤…. 서구 유럽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說話)는 동화책은 물론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전 세계 어린이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 뿌리내린 지 오래다. 30년 넘게 구비문학을 연구해온 신동흔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59)는 서구 유럽의 설화보다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이 품고 있는 옛 이야기가 궁금했다. 경기 양평에 위치한 그의 집 주변에는 중국 출신 이주민이 산다. 한 동네에서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여성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서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서구 유럽의 설화들은 익히 알려져 있는데, 정작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민들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어요. 어쩌면 진정 새로운 이야기는 그들로부터 나오지 않을까요.” 신 교수와 오정미 인하대 다문화융합연구소 학술연구교수(46), 김정은 건국대 서사문학치료연구소 학술연구교수(48) 등 구비문학 연구자 16명이 합심해 2016년부터 3년간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27개국 출신 이주민 136명으로부터 1364편에 달하는 구전설화를 정리한 ‘다문화 구비문학대계’ 21권(북코리아)를 지난달 15일 펴냈다. 13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들은 “옛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말했다. 언어나 국가는 달라도 옛 이야기에는 결국 사람 사는 얘기가 담겼다. 2017년 12월 김 교수가 경북 경산시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부티프엉 씨(32)는 첫 만남의 낯섦도 잠시.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우리나라에도 콩쥐팥쥐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며 ‘의붓자매 떰과 깜’ 설화를 들려줬다. 새엄마가 자신의 딸 떰과 함께 의부 딸 깜을 학대하다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콩쥐를 괴롭힌 팥쥐를 젓갈로 담갔듯 깜을 젓갈로 담가 벌을 주는 방식까지 똑같았다. 언어는 달라도 서로 닮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를 학대하면 처벌받는다는 공통의 가치관을 공유한 것. 그뿐일까. ‘망태 할아버지’ 설화는 문화권에 따라 할머니로 변주되는 차이가 있지만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닮았다.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부모의 모습은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아요. 겉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결국 같은 인간이니까요.” (오 교수) 설화는 서로 다른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통로가 돼주기도 한다. 필리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첫 번째 원숭이 루파네스’가 대표적이다. 동물의 가죽을 벗겨 질기고 강한 옷을 만들어 팔던 상인에게 분노한 신이 그를 털가죽에 뒤덮인 원숭이로 만들었다는 이야기 속에는 동물의 생명을 중시하는 필리핀의 문화가 깃들어 있다. 오 교수는 “저개발국가라고 여겨졌던 동남아시아 국가의 설화에는 자연과 공존하고 타인을 포용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3년간의 연구를 통해 오히려 내 안의 편견을 돌아보게 됐다”고 웃었다. 김 교수는 3년간 엮어낸 ‘다문화 구비문학대계’를 바탕으로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동화를 제작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민들이 들려준 설화가 다문화사회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다름을 받아들일 양분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책에 담긴 1364편의 이야기는 이미 우리사회 구성원이 된 이주민들이 우리말로 풀어낸 우리의 문화자원입니다. 앞으로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요.” (신 교수)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2022-06-14 11:35
[책의 향기]인간이 개를 길들였다고? 아니, 개가 인간을 길들인 거야개는 천재다. 단어를 익힐 만큼 지능이 높아서가 아니라 사람의 말과 몸짓에 반응할 줄 알아서다. 견주가 손가락으로 장난감을 가리키며 “가져오라”고 말하면 개는 손이 가리킨 곳을 향해 달려간다. 반면 인간과 가장 닮은 침팬지는 인간의 손짓에 반응하지 않는다. 침팬지는 많은 단어를 외우거나 사물을 인지할 수는 있어도 인간과 소통할 수는 없다. 오랜 세월 인간이 개와 한집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었던 건 개가 인간과 소통하는 능력을 가진 생물체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미국 듀크대 진화인류학과 연구팀에 속한 두 저자는 지난해 국내 출간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디플롯)에 이어 이 책에서도 “인간이 늑대를 가축화해 가정견을 탄생시켰다”고 보는 동물학계 통설을 뒤집는다.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개로 가축화한 것이 아니라 영리하고 천재적인 개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인간과 더불어 사는 길을 선택했다는 주장이다. 공격성을 띠는 것보다 인간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 생존에 이롭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부 늑대 종이 진화를 거듭해 스스로 개가 됐다는 것. 실제로 인간과 개가 공존하기 시작한 4만 년 전, 수렵 생활을 하던 인류는 늑대에게 사냥감을 내줄 정도로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다. 인간이 공격적인 늑대를 길들였다는 학설보다 늑대가 개로 진화해 인간에게 다가갔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개는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황금열쇠”라는 저자의 말처럼 인간과 개는 서로 닮았다. 수렵채집 시기 인간은 타인에게 지나치게 공격적인 이를 무리에서 쫓아내기 위한 집단 방어체계를 만들었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도 공격성보다 친화력이 생존에 유리했다는 얘기다. 친화력은 서로에게 이롭다. 저자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과 견주가 30분간 빈방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쏟고 밀접하게 접촉하자 쾌감을 높여주는 도파민 분비량이 둘 모두에게서 증가했다. 개가 인간에게 충성하는 대가로 집과 음식을 얻는 것처럼 인간도 개 덕분에 행복을 얻는다. 어쩌면 친화력이야말로 개와 인간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 아닐까.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11 03:00
靑 개방 한달간 77만여 명 다녀갔다…가장 인기있는 곳은?지난달 10일 청와대 전면 개방 이후 한 달 동안 77만여 명이 청와대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경복궁을 찾은 연간 관람객 108만5188명의 71.6% 수준이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은 10일 “지난달 10일부터 9일까지 청와대 누적 관람객 수가 77만724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역대 대통령과 가족이 생활한 사적 공간인 대통령 관저로 27만2968명이 찾았다. 지난달 23일부터 내부 출입이 시작된 영빈관과 춘추관에는 각각 20만4513명, 10만1355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재청은 청와대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15일부터 65세 이상 고령자와 임산부, 8세 이하 아동 및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청와대 관람 전용 무료 셔틀버스를 신규 운영하기로 했다. 경복궁 동편 주차장에서 출발해 경복궁역 4번 출구를 지나 청와대 연무관 앞까지 운행하는 왕복 노선이다. 청와대 방면으로는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4시 반까지, 경복궁 방면으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반까지 운행한다. 문화 행사도 마련된다. 6월에는 춘추관 앞 헬기장 잔디밭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서커스와 비눗방울 공연이 열린다. 7월부터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전승자의 고품격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10 18:58
“학대받는 동물들 법정투쟁 도와줍니다”동물들은 학대를 당해도 스스로 구조를 요청할 수 없다. 2014년 결성된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이 이들 대신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동변 소속 송시현 변호사(37)는 낮에는 법률사무소에서, 밤과 주말에는 동물보호소를 돌며 학대 피해를 입은 동물들을 보살피고 있다. 그가 동변 변호사 10명과 함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을 정리한 신간 ‘동물에게 다정한 법’(도서출판 날·사진)을 10일 펴낸다. 그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때로 본업보다 동물을 변호하는 일에 더 많은 열정을 쏟아붓는다”며 웃었다. “가장 약한 지위에 있는 동물을 보호하는 사회는 어떤 구성원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에 갇혀 폐사한 돌고래를 대신해 창원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수사기관에 진돗개 학대 피의자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내고,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물 학대 콘텐츠가 올라오는지도 점검한다.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학대당하는 동물들이 있어요. 동물의 권리는 대신 목소리를 내줄 누군가가 있어야 지켜질 수 있습니다.” 그는 동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법부와 수사기관의 동물권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지만, 재판부가 형량을 지나치게 감경하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지난해 11월 대전지법 서산지원이 ‘동물판 n번방’ 사건 피고인에게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길고양이를 철장에 넣고 산 채로 불태우는 등 악의적으로 동물을 학대한 영상을 SNS에 제작, 유포한 피고인에게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동물학대범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변은 해당 사건 항소심에 대해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최근 SNS를 통해 동물 학대 영상이 확산되고 있는 현상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그는 “자극적일수록 높은 조회 수가 나오다 보니 동물 학대 영상이 확산 소비되고 있다. 동물 학대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만으로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2022-06-09 03:00
기사통계
637건 최근 30일 간31건
주요 취재분야레이어보기
  • 문학/출판
    33%
  • 문화 일반
    32%
  • 역사
    16%
  • 인사일반
    10%
  • 미술
    3%
  • 음악
    3%
  • 사건·범죄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