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1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6.1.29. 뉴스1
여야가 29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법안 91건을 한꺼번에 처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너무 느려 일할 수가 없다”고 공개 비판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175건) 중 절반 이상을 이렇게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왜 방치했는지 여야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날 통과된 법안에는 농수산물 유통 구조를 개선해 먹거리 물가를 낮추는 농수산물 유통법 개정안, 무인 키즈카페·무인 키즈풀 등 신종 안전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어린이놀이시설법 개정안 등이 포함돼 있다. 민생 안정 및 국민 안전과 직결된 법안으로,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아 언제든 처리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및 보조금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도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2024년 11월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발의한 법안인데 1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란 알맹이가 빠진 것도 문제지만, 속도가 생명인 첨단산업 지원 법안이 1년 넘게 묶여 있었다는 건 국회의 직무 유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늑장 입법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다.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1·2차 특검법, 내란재판부법, 법왜곡죄 신설법 등 이른바 ‘내란 청산 입법’을 우선시하며 민생법안 처리를 후순위로 미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비판하면서 합의했던 민생법안까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막아섰고, 이로 인해 국회 파행이 반복됐다.
이날 법안 처리는 민주당이 쟁점 법안 처리를 미루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일시 중단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27일 기준으로 22대 국회의 발의 법안 처리율은 20.2%에 불과하다. 21대 국회(28.7%), 20대 국회(23.9%)에 여전히 못 미친다. 입법 지연으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국민과 기업이다. 여야가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꼭 필요한 민생법안은 먼저 처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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