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다음 역할은 국민이 정할 것”… 대선행보 본격 나설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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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무죄취지 파기환송]
선고후 “지옥에서 다시 온 것 같다… 오물 털어내는데 상당 시간 필요”
최근 여론조사서 20% 지지율로 2위… 김부겸과 反이낙연 연대 가능성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사실상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여권의 차기 대선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이 지사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에 이어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2위로 올라선 상황에서 줄곧 자신의 발목을 잡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됐기 때문. 부동산 대책 후폭풍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등 잇따른 악재로 궁지에 몰렸던 민주당도 이날 판결에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 지사는 이날 선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숨쉬는 것조차 감사하다”고 했고, 라디오에선 “지옥에서 다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청 앞에선 취재진 및 지지자들에게 이 지사는 “내가 전에 (스스로) ‘변방 장수’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가진 정치적 자산이 없는 사람이라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라며 “오물을 뒤집어쓴 상태여서 털어내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 상태에서 주어진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다음에 어떤 역할을 할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나는 공식 조직도, 계보도, 지연도, 학연도 없는 외톨이다. 국민들이 그런데도 지지해주는 건 시장, 도지사로서 역할을 조금은 성과 있게 봐주셨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남은 2년 임기 동안 특유의 저돌적인 추진력을 앞세워 여권 내에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신천지 관련 시설에 대한 신속한 강제조사 및 재난기본소득 선제 지급 등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왔다.

이 지사는 최근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가 이달 4∼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직전보다 5.5%포인트 상승한 20% 지지율로 2위를 유지하며 이낙연 의원(28.8%)과의 격차를 줄였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여배우 스캔들에 조폭 연루설 등으로 지지율 폭락도 경험했던 만큼 이 지사가 구설수는 최소화하고 중도층까지 포섭할 수 있는 정책으로 승부를 보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지사의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 당사자인 배우 김부선 씨는 이날 재판 결과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F××× you”라는 영어 욕설을 적기도 했다.

이 지사의 ‘생환’은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 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당내에선 이 지사 측근들이 김부겸 전 의원과 연합해 ‘반(反)이낙연 전선’을 형성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날 이 지사는 최근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낙연 의원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내가 아직 1위에 올라간 적은 없다”며 웃으면서 “이 의원 인품이 훌륭하셔서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적극적으로 하시는 일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계’가 21대 국회에 많이 입성하지 못했다”며 “4·15총선을 앞두고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만나며 ‘친문’ 성향 지지층 포섭에 애를 써 온 이 지사가 우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남은 과제”라고 했다. 여권 내 대표적인 ‘이재명계’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이 지사에게 “고생 많았네. 이제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차분히 나아가세”라는 휴대전화 텔레그램 문자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강성휘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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