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서브컬처 게임은 ‘오타쿠 게임’에서 ‘글로벌 장르’로 변신했을까?[게임 인더스트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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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게임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장르는 바로 서브컬처 게임입니다. 하위문화, 혹은 마이너 장르를 칭하는 단어인 서브컬처는 게임이라는 엔터테인먼트를 만나면서 고유의 영역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과거 유명 라이트노벨 소설의 게임화 혹은 캐릭터 수집에 집중했던 서브컬처 게임은 시간이 흘러 엄청난 내수 시장을 지닌 중국의 게임사들이 대거 진출함과 동시에 막대한 매출을 달성하며, 이제는 글로벌 메인스트림 게임 장르로 자리 잡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오타쿠 게임’으로 불렸던 이 서브컬처 게임이 어떤 과정을 거쳐 당당히 게임 시장의 한 축인 상용 장르로 떠오르게 되었을까요?
블루아카이브 이미지(자료 출처-게임동아)
대작 못지않은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서브컬처 게임들
과거 서브컬처 게임은 소규모 개발팀이 주도하는 모바일 중심의 캐주얼 RPG(롤플레잉게임)가 주를 이뤘습니다. 덕분에 이 작품들은 성장의 한계가 있었고, 몇몇 대형 IP를 사용한 게임을 제외하곤 ‘쉽게 뜨고, 쉽게 지는’ 장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소녀전선’이 대 성공을 이루면서 이 장르에 대한 시장의 평가나 대우가 매우 달라집니다.소녀전선의 성공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자본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로 개발되어 단순 캐릭터 수집 게임을 넘어 대작 규모의 시각 효과,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작품들이 등장하여 막대한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원신 이미지(자료 출처-게임동아)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호요버스에서 개발한 ‘원신’입니다. 개발비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미디어·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원신’은 개발비로만 약 천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 투자됐고, 현재도 운영, 마케팅을 포함해 연간 약 2억 달러(한화 약 2,6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운용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규모는 여느 AAA급 대작 타이틀에 준하는 수준이죠.
더욱이 모바일에 국한됐던 서브컬처 장르의 플랫폼을 확장하여 콘솔, PC 플랫폼 서비스도 시작한 ‘원신’은 출시 5년간 모바일 매출만 약 64억 달러(약 8조 원) 수준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초 히트작으로 성장했습니다.
명일방주 엔드필드(자료 출처 - 게임동아)
이 ‘원신’의 성공은 이후 등장하는 게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붕괴: 스타레일’, ‘명조: 워더링 웨이브’, ‘명일방주’ 등 수백 수천억에 달하는 자본이 투입된 작품의 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들 게임은 단순 캐릭터 수집이 아닌 오픈월드, 건설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장르와 콘텐츠가 고도화되어 등장해 여느 AAA급 콘솔 게임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을 퀄리티를 지니고 있을 정도입니다.
서브컬처 게임 시장 성장율(자료 출처 - 게임동아)이렇게 많은 자본이 투자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올리면서 서브컬처 게임 장르 전체가 급격히 성장했는데요. 모바일 부분만 살펴봐도 2018~2023년 글로벌 모바일 게임 성장률이 연평균 약 7.8%에 불과한 데 비해, 서브컬처 게임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16.7%에 육박한다는 보고서가 등장할 정도입니다.
멀티플랫폼 전략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
멀티플랫폼 출시로 글로벌 이용자들의 접점을 높였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전까지 서브컬처 게임들은 모바일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대규모 자본 투자와 기술 고도화로 인해 PC, 콘솔 게임 못지않은 퀄리티를 선보이며, 다양한 플랫폼에 진출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 추가된 원신(자료 출처 – PS 스토어)앞서 소개한 ‘원신’ 역시 출시 초반에는 모바일이 중점이었지만, PC, 콘솔 플랫폼에 진출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했고, 이는 단일 플랫폼(모바일)의 성과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매출과 이용자 유입이 분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실제로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명일방주: 앤드필드’는 글로벌 멀티플랫폼 시장을 목표로 설계되어 전 세계 수십 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동시 런칭을 추진해 사전 등록에만 3,500만에 달하는 이용자가 몰렸고, 출시 직후 높은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스팀으로 서비스 중인 블루아카이브(자료 출처 - 스팀)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 역시 비슷한 사례로 2021년 일본 시장에 선출시 된 이후 서비스를 이어가면서 담금질을 진행하여 2025년 ‘스팀’을 통해 PC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하여 해외 이용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 전략의 변화는 서브컬처 장르를 국지적인 시장에서 더 넓은 시장에 진출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고, 단순히 ‘오타쿠가 즐기는 게임’에서 더 많은 이용자가 주목하는 대작에 가까운 위치로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장기 라이브 서비스 형태로 변화한 운영
이렇듯 규모가 급격히 커진 서브컬처 게임 장르는 운영 방식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초기 서브컬처 게임들은 짧은 기간 이벤트 -> 캐릭터 픽업 -> 다음 이벤트로 이어지는 ‘단기성 이벤트 반복’ 형태가 대부분이었고, 이용자들이 꾸준히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등장하는 서브컬처 게임은 여느 MMORPG 못지않은 대형 콘텐츠와 꾸준한 세계관 확장을 주기적으로 진행하여 장기 라이브 서비스 형태의 운영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블루아카이브 5주년 이벤트(자료 출처 - 게임동아)일례로 ‘블루아카이브’ 경우 시즌 업데이트마다 신규 스토리와 지역, 캐릭터, 보스가 등장하고, 하나의 큰 줄기로 이어지는 스토리가 서서히 진행되는 형태로 서비스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여기에 주기적으로 대형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여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의 팬덤을 더욱 공고히 하고, 게임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게임 굿즈를 판매하는 ‘굿즈 존’을 운영하여 세계관 확장에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 중국의 대형 게임사들은 자체 이벤트를 통해 새로운 지역·메인 스토리·던전 콘텐츠를 공개하는 대규모 업데이트 쇼케이스를 진행하여 이탈한 이용자들의 복귀를 유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운영 방식은 이용자들의 장기 잔존 및 리텐션 관리, 커뮤니티 활성화, 스토리 소비 장치로서의 콘텐츠 공급이라는 요소를 결합시키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1년만 지나도 화제성을 잃었던 이전의 서브컬처 게임들과 달리 오랜 시간 서비스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브컬처 장르의 게임들은 대형 콘텐츠에 기반한 투자와 제작 규모의 확대, 멀티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서비스, 라이브 서비스 운영 방식의 고도화 등 다양한 변화를 통해 게임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주류 장르로 진입했습니다.과연 기존 게임 장르를 위협할 정도로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서브컬처 게임 시장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이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