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에 부채-소고춤 원더풀”… ‘한류’ 뉴욕 교실로 찾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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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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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미국 뉴욕 맨해튼 공립초등학교 듀크 엘링턴 스쿨에서 뉴욕한국국악원 강사들이 무대에 올라온 학생들에게 부채춤을 가르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14일 미국 뉴욕 맨해튼 공립초등학교 듀크 엘링턴 스쿨에서 뉴욕한국국악원 강사들이 무대에 올라온 학생들에게 부채춤을 가르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14일 낮 12시 미국 뉴욕 맨해튼 할렘 160가의 듀크 엘링턴 스쿨 대강당. 공립초등학교인 이곳에서 이색 수업이 펼쳐졌다. 한복을 입은 뉴욕한국국악원 소속 강사 4명이 부채와 소고를 들고 무대에 오르자 강당에 모인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 300여 명이 신기한 듯 바라봤다. 아시아계는 한 명도 없고 히스패닉, 흑인, 백인 학생이 대부분인 이 학교에서는 낯선 풍경이었다.

이날 수업은 뉴욕한국문화원이 미 공립학교 현장에 한인 예술 강사를 파견해 한국의 전통공연예술 수업을 진행하는 ‘스포트라이트 코리아(Spotlight Korea)’의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30년 동안 뉴욕에서 한국 전통무용을 전파하는 데 힘써 온 박윤숙 뉴욕한국국악원장은 “공립학교에 와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을 뺀 다른 나라의 전통문화 교육이 미국 학교에서 이뤄지는 것이 부러웠는데 소원을 푼 셈”이라며 감격에 겨워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4명의 강사는 무용에 필요한 숨쉬기와 몸을 만드는 기본 손동작을 가르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국악원 소속 미국인 강사 캐런 씨는 학생들이 알아듣기 쉽게 “이 동작은 알파벳 M자를, 다른 동작은 Y자를 따라하면 돼요”라며 옆에서 영어로 설명을 거들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무대에 올라와 같이 춤을 춰볼 학생 10명만 나와 보세요”라고 하자 한꺼번에 학생들이 몰려들어 교사들이 제지해야 할 정도였다. 수업을 주관한 도나 레논 교사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가르치는 수업에서는 무대에 오르기를 주저했던 학생들이었는데 오늘은 적극적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지금껏 잘 알지 못한 새로운 나라에 대해 배우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학생들은 이날 수업에서 무용수들이 화려한 부채를 탁탁 소리 내며 펴고 접는 것을 신기해했다. 무용 외에도 한국의 지리적 위치와 사용언어, 대표 명절, 숫자, ‘감사합니다’와 같은 간단한 한국말을 배웠다. 한 학생은 “다양한 손동작과 발동작이 흥미로웠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오늘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뉴욕한국문화원은 올 1월부터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난색을 표하는 뉴욕시교육청을 설득해 9개월 만에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날 수업을 시작으로 12월 말까지 플러싱에 있는 초등학교인 PS32와 맨해튼의 케네디 오나시스 고등학교에서 8∼10주 동안 강의를 할 계획이다. 또 한국 전통 문화를 가르칠 수 있는 한인 예술단체와 예술인을 선정해 20여 개 뉴욕 인근 초중고교 교실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우성 문화원 원장은 “최근 한류가 미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지만 어린 세대들에게 일찍부터 한국 문화를 접하게 하는 것이 한류 확산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교실에도 본격적으로 한류가 스며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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