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는 ‘번쩍번쩍’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주의’로 올린 에너지 위기경보… 옥외조명 제한 조치 첫날

1일 오전 2시 5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인근 유흥가 모습. 오전 2시 이후 옥외조명을 모두 끄도록 한 정부의 에너지 절약 대책 시행 첫날인 이날 이 일대 업소 대부분이 새벽녘까지 옥외조명을 환하게 밝혔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1일 오전 2시 5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인근 유흥가 모습. 오전 2시 이후 옥외조명을 모두 끄도록 한 정부의 에너지 절약 대책 시행 첫날인 이날 이 일대 업소 대부분이 새벽녘까지 옥외조명을 환하게 밝혔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최근 중동 지역의 민주화 진통으로 석유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가 유흥주점(오전 2시 이후)과 대규모 점포(영업 종료 후) 등의 옥외조명을 제한하는 에너지 절약 대책을 내놨지만 시행 첫날인 지난달 28일 밤과 이튿날 새벽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시내 도심과 주요 유흥가를 살펴본 결과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었다. 정부가 에너지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지만 해당 업소들은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고 서울의 유흥가는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 백화점 등 대형 점포는 잘 지켜


유흥주점과 심야 음식점이 밀집한 신사동 역삼동 논현동 등 서울 강남 일대 골목에서는 1일 새벽까지 에너지 절약은 고사하고 불 꺼진 곳을 한 군데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업주는 옥외조명을 꺼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일부 업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성 없는 탁상행정으로 상인만 괴롭히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역삼동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A 씨는 “간판 불을 끄면 가게가 영업을 하지 않는 줄 알 것 아니냐”며 “말은 옥외광고물만 끄라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장사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노래주점을 운영하는 B 씨는 “간판 불을 끄고 영업을 하려면 호객꾼을 써서 손님을 모으는 방법밖에 없다”며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정부가 장사하는 사람들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백화점 등 대형 점포는 대부분 지침을 잘 지켰다. 롯데 신세계 등 서울 도심의 주요 백화점은 이날 영업시간이 끝나자마자 모든 조명을 완전히 껐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단지나 자동차 판매대리점의 경관조명은 여전히 켜진 채로 있었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 힐스테이트아파트 단지에는 브랜드 로고를 비추는 조명이 밤새 켜져 있었고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아파트 벽면에 붙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새벽까지 계속 켜져 있었다. 에너지 절약 대책의 계도기간은 6일까지이며 이후에 적발되면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공공기관 차량 5부제도 부실


옥외광고 제한과 함께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공공기관 차량 5부제도 시행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지켜야 할 공무원 중에는 지침을 잘 몰라 차를 몰고 출근한 사람이 많았다. 이날은 끝자리가 1, 6번인 차량이 쉬어야 하는 월요일이었지만 정부과천청사 건물 주변에는 5부제 적용을 받는 차량이 다수 눈에 띄었다.

행정안전부는 이에 따라 차량 5부제를 강화하기 위해 2일부터 각 정부청사 출입문에서 청사관리소 직원 및 경비대 합동으로 위반차량을 통제하기로 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