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한나]빗물이 스며드는 도시로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03:00수정 2010-09-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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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도시지역에서는 비가 올 때만 도로 양쪽에서 우수관으로 흘러가는 물줄기가 보인다. 평상시에 깨끗한 물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호수가 있는 공원을 가거나 차를 타고 가까운 하천으로 가야 한다.

늦가을부터 봄까지 바닥을 드러내고 띄엄띄엄 웅덩이에 소량의 물이 고여 있는, 흐르지 않는 도시하천이 늘어나고 있다. 땅의 대부분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시에서는 빗물이 지하로 침투하기가 매우 어렵다. 도시에서의 물 순환은 이미 깨졌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도시하천의 생태계는 파괴되고 도시 열섬현상이 발생하는 등 다양한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물 순환은 물에 대한 교육에서 항상 처음 설명하는 단어다. 물 순환은 바다 하천 호수 지표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구름을 만들어 비와 눈으로 내리고, 이렇게 내린 비와 눈이 토양으로 침투하거나 지표로 흐르면서 지하수 하천 호수 바다를 이루는 반복 과정이다. 이 중 하나라도 제대로 순환되지 않는다면 어디에선가 문제가 발생한다.

도시에 내리는 비는 침투하지 못하고 하천으로 지표면의 오염물질을 순식간에 내보내기 때문에 비가 오면 하천은 정화되지 않은 오염된 빗물로 수질이 악화된다. 도시의 물 순환이 불균형을 이루면서 하천의 물 부족과 수질오염이 동시에 발생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를 처음 계획할 때부터 물의 순환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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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광교신도시의 새로운 시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광교신도시는 지금까지 국내 어느 신도시에도 없었던 ‘도시 물 순환’을 위한 저영향개발(LID)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도시 표면을 콘크리트 대신 풀과 나무 등 녹지로 만들고 곳곳에 빗물 저류지를 만들어 최대한 많은 양의 빗물을 토양으로 자연 침투시켜 자연적인 물 순환을 회복시킴과 동시에 수질오염원을 줄이는 방식이다.

강우 초기에 빗물과 함께 유입되는 오염원으로 인한 하천수질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인공습지, 침투여과지, 식생수로 등 많은 토지를 사용해야 하는 시설을 곳곳에 설치하고 지하에는 빗물 저류조를 설치해 빗물을 저장한 후 평상시 조경 및 하천유지 용수로 재이용한다. 또 신도시 안의 원천 신대 등 2개의 저수지와 10개의 하천을 연계한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어 항상 맑은 물이 흐르고 마르지 않는 생태하천을 조성한다.

나아가 인근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하천유지 용수로 재이용하는 등 도시 물 순환의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 멤브레인 여과시스템, 자외선 광촉매 시스템, 초음파 녹조방지 시스템, 태양열저수지 공기순환 시스템 등 환경 신기술을 도입했다.

필자는 업무상 많은 택지개발 계획을 검토하는데 대부분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 등 수익성이 있는 시설을 최대한 설치하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물 순환과 하천수질을 위해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최소한의 면적을 할애하고 물 관리 시설은 법적 기준치만 준수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여건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광교신도시의 선택은 기존의 틀을 깨는 신선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의 도시 하면 가장 먼저 일본의 오사카,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네덜란드의 델프트가 생각난다. 국내에서도 국가의 자산이 될 수 있는 아름답고 친화적인 물의 도시가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최한나 경기도 팔당수질개선본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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