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8월 26일 03시 0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바로 사주기보다 참고 기다리는 과정 거쳐야
요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른바 ‘닌텐도DS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사줘도 문제, 안 사줘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사주면 게임에 빠져 공부를 안 하고, 안 사주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할지 모르니…. 피할 수 없다면, 극복할 수밖에 없는 법. 닌텐도DS를 사용하는 아이,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관리할 수 있을까?
[1] 구체적인 사용 규칙을 정해라
닌텐도DS는 조작의 용이함과 내용의 단순함 때문에 초등학생들이 쉽게 빠진다. 무조건 사용하게 했다간 오락 차원을 넘어 심각한 게임중독에 이를 수 있다. 자녀와의 합리적 대화를 통해 사용에 관한 규칙을 정한다.
이미 닌텐도DS를 사준 부모라면 △하루에 게임할 수 있는 총시간 △게임하는 요일 △게임을 하기 전에 반드시 완수해야 할 일 같은 구체적 규칙을 만든다. 사용하지 않는 동안 게임기는 되도록이면 부모가 보관하며, 가족이 모두 볼 수 있는 거실 선반이나 TV 옆 등 공개된 장소에 두고 부모의 동의하에서만 사용하도록 한다. 맞벌이 부부라면 엄마가 출근할 때 게임기를 아예 갖고 출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 이내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번 사용 규칙을 정하면 아이뿐 아니라 부모 역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 한다. “성적이 5등 올랐네? 기분이다. 한 시간 더 해!” “엄마가 지금 바쁘니까 오늘만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 알았지?”는 엄마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2] 이런 소프트웨어는 조심!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닌텐도DS의 게임 소프트웨어 종류는 75가지. 게임마다 내용과 특성이 다르지만, 특히 아이가 계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숨어 있는 게임은 부모가 게임시간을 철저히 관리해 줘야 한다.
소프트웨어 중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의 경우 싸이월드의 ‘미니룸’처럼 자신의 캐릭터와 집을 원하는 형태로 꾸밀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시작하면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다.
‘포켓몬스터 DP’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포켓몬들을 잡아 키우고 다른 포켓몬과의 대결을 통해 성장·진화시키는 게임. 수집에 대한 집착이 심하거나 승부욕이 강한 아이라면 게임기 전원을 꺼도 이 게임 생각 때문에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컴퓨터용 게임과 캐릭터나 전개 내용이 유사한 닌텐도DS용 소프트웨어도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와 유사한 ‘마리오카트 DS’를 닌텐도DS로 하는 아이의 예를 들어보자. 어머니와의 약속 시간만큼만 닌텐도DS를 사용해 이 게임을 한 아이는 “엄마, 나 약속대로 30분만 했어” 하고 집을 나선 뒤 다시 PC방으로 가 온라인 ‘카트라이더’ 게임을 계속하기도 한다는 것. 아이의 게임중독이 연장되므로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온라인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와 비슷한 ‘젤다의 전설 몽환의 모래시계’도 이에 해당된다.
부모는 닌텐도DS 사용시간과 컴퓨터 게임 사용시간을 별도로 구분해 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게임에 쓰는 시간을 함께 묶어 ‘하루 총 1시간’이나 ‘일주일 총 3시간 미만’ 등으로 정해 관리해야 한다. 마지막 10분은 영어 받아쓰기를 할 수 있는 ‘듣고 쓰고 친해지는 DS 영어삼매경’이나 산수 문제를 푸는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처럼 ‘머리를 쓰는’ 게임으로 마무리하도록 해 뇌의 흥분을 가라앉혀 주는 것도 방법.
[3] 닌텐도DS를 사줄 생각이라면…
대다수 부모가 ‘중간고사 1등’과 같은 약속의 대가로 닌텐도DS를 사준다. 하지만 한 번 약속을 지켰다고 해서 게임기 본체만 해도 15만 원인 이 기계를 덜컥 사주면 자녀는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성취감도 떨어질 수 있다.
아이가 닌텐도DS를 사달라고 조른다면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까지는 일정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방식을 택한다. 성적을 조건으로 내건다면, 예를 들어 “1년 동안 네 번의 중간·기말고사에서 모두 평균 90점 이상을 받았을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다”고 약속해보자. 한 해 동안 땀 흘린 결과로 게임기를 선물 받은 아이가 느끼는 성취감은 단순히 중간고사 한 번 잘 봐서 게임기를 받은 아이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스티커 붙이기’를 활용할 수도 있다. 동생을 잘 돌보거나 수학시험 100점을 맞는 등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했을 때 아이에게 스티커를 하나씩 주는 것. 30개 또는 50개를 모았을 때 게임기를 사주는 방법이다.
일명 ‘닌텐도 저금통’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작은 돼지저금통 하나를 준비해두고 착한 일을 했을 때 500원, 1000원씩 용돈을 주어 이 저금통에 넣도록 해 장기간에 걸쳐 스스로 게임기를 살 돈을 모으도록 하는 방식이다.
아이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물건에 대해 더 귀하게 여기게 되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현실을 참아내는 자기 통제력을 기를 수 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