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경준씨 징역 15년-벌금 300억원 구형

  • 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거짓말로 한국 농락… 중형 불가피”

“하늘의 그물 엉성해 보여도 결코 못빠져 나가”

檢, 도덕경 ‘天網恢恢 疏而不失’ 구절 인용 질책

변호인측 “불공정 재판” 재판부 기피신청 퇴정

BBK 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경준(42·수감 중·사진) 씨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이 구형됐다.

검찰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윤경) 심리로 열린 김 씨의 결심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증거가 충분한데도 김 씨는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면서 뉘우치지 않고 있다. 사안이 중대하고 피해자들이 본 피해도 회복되지 않아 중형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15년과 벌금 300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이례적으로 약 30분에 걸친 의견진술을 통해 “이번 사건은 김 씨가 형사책임을 면하려고 대통령 선거라는 국가의 중대사를 악용해 대한민국을 농락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한국 사회는 요동치고 분열과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뿐 아니라 특검에서도 끝없는 거짓말로 진술을 바꾸는 바람에 조서 작성이 어려울 정도였고 거짓말탐지기 검사까지 거부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김 씨는 법정에서조차 터무니없는 말로 수사 검사들을 공격하는 행태를 보였는데 이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승산이 없기 때문에 법률 외적인 방법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것이어서 선처의 여지가 없다”고 중형을 구형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특히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천망회회 소이부실(天網恢恢 疏而不失)’이라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하늘의 그물은 넓고 커 엉성해 보이지만 결코 그 그물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피고인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검찰이 명예를 걸고 심혈을 기울여 수사한 사건이 그 자체로 일단락되지 못하고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며 “수사 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이 발의되고 특별검사제까지 도입된 것에 대해서는 실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밝힌 뒤 “변호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을 하는 증인들에 대해 ‘위증을 하고 있다’는 등의 허위 주장을 했다”며 “이는 변호사법과 변호사 윤리규정에도 어긋난다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이 구형에 앞서 피고인 신문을 하려고 했으나 김 씨와 변호인 측이 “재판부가 김백준 대통령총무비서관과 김성우 ㈜다스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가 나중에 이를 직권으로 취소한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법정을 나가버리는 바람에 신문은 이뤄지지 못했다.

변호인 측은 퇴정하기 직전 불공정한 재판을 이유로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으나 재판부는 기피 신청이 소송절차를 지연시키려는 목적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씨가 재판부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법정을 벗어났기 때문에 선고공판 때에도 출석을 거부할 가능성을 감안해 “김 씨가 선고공판 때 출정을 거부하더라도 반드시 강제로 구인해 오라”고 교도관들에게 당부했다. 선고공판은 1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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