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대입논술, 이것만은 알아두자

  • 입력 2008년 3월 31일 02시 57분


귀류법-삼단논법 잘 쓰면 논증뼈대 튼튼

■ 자연계 학생 논리적 글쓰기

다음은 한 학생이 ‘광전효과의 의의에 관하여 논하시오’라는 논제에 대해 쓴 답안의 일부다. 이 코너는 광전효과(光電效果·금속 등의 물질에 일정한 진동수 이상의 빛을 비추었을 때, 물질의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에 대한 이해나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배경지식]

뉴턴이 프리즘으로 햇빛을 분광한 이래 빛은 파동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광전효과에 관한 실험 결과는 이러한 인식으로 해석할 수 없었다. 오히려 아인슈타인은 이 실험 결과를 빛이 ‘광자’라고 하는 작은 입자로 구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활용했다.

[학생 답안]

①광전효과는 빛의 입자성을 증명할 수 있다. ②광전효과란 금속 표면에 빛을 쪼일 때 금속 표면으로부터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이다. ③전자가 튀어나오려면 어느 정도 이상의 에너지가 꼭 필요하다. ④빛을 파동이라고 가정하자. ⑤파동 에너지는 진폭의 제곱과 진동수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⑥진폭, 즉 빛의 세기를 변화시켜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다. ⑦따라서 빛의 세기를 높인다면 전자가 튀어나올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⑧ 그러나 광전효과의 결과는 진동수가 충분하지 않으면 아무리 빛의 세기를 증가시켜 도전자가 튀어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⑨이는 빛의 파동성과 모순된다. ⑩그러므로 빛은 입자이다.

[첨삭]

문장 ①은 비문이다. 그 이유는 빛의 입자성을 증명할 수 있는 주체로 행위 능력이 없는 광전효과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영문에서는 동사의 주어로서 상상력이 허용하는 모든 단어의 조합이 가능하지만 국문은 그렇지 않다. 가령 ‘동사는 능동형으로 사용한다’라든가, ‘동사의 주어로서 무생물을 피한다’라는 제한이 있다. 이러한 제한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문규정을 준수하는 것은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을 쓰기 위한 기본 요건이다. 따라서 문장 ①을 ‘광전효과를 통해 빛의 입자성을 증명할 수 있다’로 바꾸는 것이 좋다.

문장 ②는 광전효과의 정의를 내리고 있으며, 문장 ⑥은 진폭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적절한 정의는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서 논지 전개의 좋은 출발점이 된다. 가령 전제를 p, 결론을 q라고 하자. 명제 p→q가 참이고, 동시에 명제 q→p가 참이면, p≡q 즉 두 명제는 논리적으로 동치다. 따라서 여러분은 p와 q 중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정의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동치 관계를 표현하는 수단이 아닌가. 이는 정의를 통해 자연스럽고 신뢰할 만한 논의를 전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정의는 논의가 불필요하게 확장되는 것을 막아서 답안이 논점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러분도 핵심 개념에 관한 정의를 자주 언급하라.

아래 그림은 이 글을 분석해서 얻은 논증 구조다. 일반적인 학생들의 글보다 구조가 복잡하다.

문장 ④의 앞 절을 통해 이 글의 주된 논증 방법으로 귀류법이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귀류법은 수학에서도 널리 사용되는데, 한 명제 A의 부정으로부터 모순을 끌어내어 A의 부정이 옳지 않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결국 A가 참임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서 빛이 입자임을 증명하는 직접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그 부정인 빛의 파동성을 전제한 뒤 이로부터 당연히 예상되는 성질(문장 ⑦)이 실제(문장 ⑧)와 같지 않음을 보여 논리적 모순을 지적함으로써 빛이 파동이 될 수 없음을 밝힌 것이다. 물론 이 글은 빛의 존재 방식이 파동과 입자, 오직 두 가지뿐이라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다는 중대한 논리적 결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이다.

또한 이 글은 삼단논법을 통해 탄탄한 논증 구조를 갖췄다. 즉 문장 ④와 문장 ⑤는 ‘파동’이라는 단어로 결합되어 문장 ⑥을 이끌어 냈는데 이러한 논증 방법을 ‘삼단논법’이라고 부른다.

빛은 파동이다.

파동에너지는 진폭의 함수이다.

따라서 빛에너지는 진폭으로 조절할 수 있다.

성공적인 삼단논법은 대략 150자 정도의 지면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자연계 논술고사에서 요구되는 답안의 분량이 200∼800자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삼단논법이 얼마나 유용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과학, 논술을 만나다

[논제]

―3차원 구조를 고려하여 분자가 진동을 하지 않을 경우 쌍극자모멘트를 가지는지 여부를 설명하시오

―질소와 산소는 온실효과를 나타내지 않는 이유를 추론하시오.

(2008학년도 서울대 자연계 정시논술 문항1-논제3)

▶문제 전문은 서울대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