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박람회 2025’에서 구직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5.11.18/뉴스1
은퇴 이후에도 능동적으로 일과 삶을 설계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면서 유통업계가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험과 안정성을 갖춘 시니어를 활용해 인력난을 완화할 수 있고 노년 세대는 안정적인 소득과 사회적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시니어 인력과 함께하고 있는 곳은 편의점 업계다. 15일 GS리테일은 자사의 근거리 배송 플랫폼 ‘우리동네딜리버리(우딜)’를 기반으로 어르신들에게 도보 배달원 일자리를 제공하는 ‘시니어 우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니어 우친은 어르신들이 거주지 인근에서 도보로 배달하는 서비스다. GS25와 GS더프레시 매장에서 생활용품과 식료품 등을 고객에게 직접 도보로 전달하며, 활동 실적에 따라 수수료와 인센티브를 지급받는다.
성과도 뚜렷하다. 지난달 기준 시니어 우친으로 활동 중인 도보 배달원은 약 2000명에 달한다. 70대 참여자의 1인당 평균 배달 수행 건수는 104건으로, 20대 평균(6.6건)의 15배를 웃돈다. 60대 역시 86.9건으로 높은 활동성을 보였다. 6070세대의 활동률은 2030세대 대비 약 4.8배 높아 시니어가 단순 참여자를 넘어 플랫폼 운영의 핵심 주체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편의점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시니어 편의점(이음가게)을 만들어 노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시니어 편의점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노인 세대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적 연결 기회를 지원한다.
시니어 근무자들은 발주, 상품 진열, 고객 응대 등 점포 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담당한다. 이번에 영업을 시작한 시니어 편의점은 총 5곳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사업공모를 통해 총 5개 지역(서울·경기·충남·전북·부산)의 시니어클럽이 최종 선정돼 각 점포를 운영한다.
외식·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시니어 인력 활용이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맥도날드는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시니어 크루’ 제도를 운영하며 매장 내 다양한 직무에 시니어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2011년에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손잡고 ‘메인터넌스’라는 직무를 신설했다. 매장 시설 관리, 식자재 분류 및 배송 확인, 집기 수리 등을 맡기는 방식으로 시니어 고용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2월 기준 근무 중인 시니어 크루는 960명이다. 이 중 최고령 직원은 83세로, 평균 연령은 61세에 달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19년 보건복지부와 한국시니어클럽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군포시니어클럽에 ‘스타벅스 상생 교육장’을 설립했다. 스타벅스 상생 교육장에서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바리스타가 되고 싶은 어르신들에게 전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까지 교육을 수료한 시니어 바리스타는 1940여 명으로, 누적 교육시간은 6400시간에 달한다.
유통·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시니어 인력 활용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노동시장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704만9000명으로 고령인구 증가의 영향으로 처음으로 700만 명을 넘어섰다. 기업들 역시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며 시니어 인력을 단순 보완재가 아닌 핵심 인력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 인구 증가와 맞물려 시니어 인력은 더 이상 보조 인력이 아니라 현장을 지탱하는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유통·외식업계처럼 서비스와 안정성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시니어의 경험과 성실성이 경쟁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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