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정교수땐 더 엄격한 처벌"…표절대응 외국은 어떻게

  • 입력 2007년 2월 27일 16시 52분


1988년 11월 29일자 하버드대 대학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지에 '의대 교수, 표절 시인 후 사임'이란 기사가 실렸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학과장이자 맥린병원 병원장인 프래지어 교수는 1966~1975년 논문 4개를 발표했다. 한 대학원생은 '환상통증(phantom pain)'에 대한 프래지어 교수의 논문을 읽다가 이론적 오류 및 다른 논문과 유사성을 발견하고 하버드대 의대 학장에게 이를 알렸다. 의대 측은 이 제보를 흘려듣지 않고 곧바로 교수윤리위원회를 구성해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프래지어 교수가 'Scientific American' 등 과학저널에 발표된 논문을 표절한 사실이 들통났다. 그는 결국 사임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20여 년 전의 논문 표절에 대해서까지 엄격한 책임을 묻는 미국 학계의 엄격성을 잘 말해준다. 후학에게 영향을 미치는 학문에선 '공소시효'가 없는 셈이다.

미국과 유럽 등 학문 선진국은 표절에 대한 예방교육에도 열심일뿐더러 과거의 표절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고의성이 없는 표절이거나 자료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실수도 '부주의하고 방만한 연구 태도'로 인한 결과로 보고 책임을 묻는다.

과거 표절 사실이 드러나 사임하거나 처벌을 받은 사례는 많다.

2004년 9월 미국 뉴스쿨대 파슨스디자인학교의 로저 셰퍼드 교수는 워싱턴대 교수의 논문에서 일부분을 표절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2003년 11월에는 미국 나발 아카데미의 역사학과 교수가 저서의 일부분을 4개의 책에서 베껴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학 측은 조사에 나서 연봉을 1만 달러나 삭감하는 조치를 취했다.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 대학 등 연구기관은 진상위원회를 구성해 1~3개월 가량 표절 여부를 조사한다. 사안이 중대하거나 표절 논문이 정부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결과라면 미국연구윤리국(ORI)이란 국가 기관이 직접 조사하기도 한다.

서울대 의대 김옥주 교수는 "표절 당사자가 저명하거나 정교수 이상이면 학계에 미친 영향력을 감안해 더 엄격히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며 "연구윤리를 지키지 않고 작성한 논문으로 정부에서 연구비를 받았다면 연구비 지원자격을 박탈하는 등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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