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동자원의 ‘송편빚기’ 報恩…"더 어려운 이웃과 함께…"

  • 입력 2003년 9월 9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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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시 어린이 복지지설인 선재동자원의 아이들이 8일 오순도순 모여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보낼 송편을 빚고 있다. -강병기기자
경기 의정부시 어린이 복지지설인 선재동자원의 아이들이 8일 오순도순 모여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보낼 송편을 빚고 있다. -강병기기자
화재로 숙소마저 잃고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아동복지시설에서 추석을 맞아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보은행사를 가졌다.

잠시 비가 멈추고 해가 났던 8일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선재동자원에는 추석을 맞아 동네 주민과 봉사단체 회원, 인근 군부대 군인 등 120여명이 모였다. 근처에 사는 독거노인들과 영세민 가정에 나누어줄 송편을 빚기 위해서다.

선재동자원은 지난달 21일 누전으로 가건물에 불이 나 많은 원생이 마당에 천막을 치고 자거나 식당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다.

본보 보도 이후 선재동자원은 삼성SDI 등 각지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받았다. 이에 선재동자원의 ‘스님 아빠’인 지산스님은 아직도 형편이 어렵지만 추석을 맞아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송편을 빚어 돌리기로 했다. 받은 것이 많은 만큼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소식을 접한 지역 주민들과 정치인, 의정부여성단체협의회, 자유총연맹,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의 모임’, 농협 등에서 십시일반으로 600여kg의 쌀을 모았다. 인근 선봉부대 군인 10여명은 송편을 찌고 나르는 일을 맡았다. 오후에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도 하나둘씩 송편 빚는 데 합세했다.

오후 늦게까지 송편을 빚느라 팔이 아프고 땀으로 뒤범벅 된 아이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더불어 사는 기쁨과 추석의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송편을 1000개 정도 빚은 것 같다는 민병순 자유총연맹 의정부시지부 회장(51)은 “봉사하는 마음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집안 사정 때문에 잠시 이곳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 가정 출신의 최모군(16)은 “우리도 여기에서 어렵게 살지만 주위 분들과 나누어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며 열심히 송편을 빚었다.

지산스님은 “사회가 각박하고 힘들수록 함께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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