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시청 '장송곡 시위' 반년째 몸살

  • 입력 2001년 11월 1일 00시 57분


최근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 주변은 장례식장을 연상케 한다.

하루 종일 상엿소리가 시청 주변과 인근 교육청 세무서 등 관공서를 비롯해 금융기관 까르푸 등 상가안까지 울려 퍼지고 있다.

상엿소리의 발원지는 중구 용두1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안에 사는 주민 100여명.

이들은 주택공사와 대전시측에 평당 보상가격을 감정가(82만∼299만원)보다 높은 400만∼600만원으로 인상할 것과 아파트 무상입주권 부여 또는 공동주택개발이 아닌 현지개량방식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시청앞 화단에 대형 확성기 3대,차량부착 확성기 1대 등을 청사방향으로 설치해놓고 하루종일 장송곡과 상엿소리를 틀어 놓은채 지난 5월부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때로는 ‘시장은 아무나하나’ 등 대중가요의 가사를 바꾼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6개월째 ‘장송곡 시위’가 계속되자 공무원과 민원인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한 공무원은 “상대방 전화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근무시간에 왜 상가집에 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는 것.

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매일 “시청이 장례식장이냐”“외국손님이 오면 시청 근처에는 가지도 못한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문제는 마땅한 규제방안이 없다는 점.

시는 주민들의 시위로 시청주변이 극도의 혐오분위기에 휩싸이자 검찰과 경찰,고문변호사 등을 통해 수차례 제재방안을 검토했으나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소음관련법을 적용하려해도 주택지역이 아니어서 불가능하고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려해도 방해정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고민”이라며 “정부가 집회 및 시위 소음을 법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만큼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일부 공무원이 정신적 피해를 내세우며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