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범죄 급증…불법체류 늘면서 年10~26% 더 발생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40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 땅을 밟았던 중국동포 김모씨(29)는 요즘 차가운 감방에서 헛된 꿈을 쫓은 자신을 책망하고 있다.

김씨는 97년 입국해 경기 안산시 등지의 여러 공장을 전전하면서 일했지만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5월부터 막노동을 시작했다. 그의 곁엔 중국동포 여인이 있었으나 불법체류 상태에서 결혼할 처지가 못됐다.

그러던 중 2일 친구 허모씨(29)와 말다툼을 벌이다 허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김씨는 “술을 마시다 노래방을 가자는 허씨의 제안을 거절해 싸움이 벌어졌는데 자포자기 상태에서 홧김에 저지른 일”이라고 말했다.

불법 체류자인 중국인 루모씨(36)도 올해 6월 서울의 한 공장에서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사장과 말다툼을 하다 흉기를 휘둘러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됐다.

이처럼 사연이 기구한 외국인 불법 체류자의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불법 체류자가 많아지면서 3D업종에서도 구직 경쟁이 치열해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외국인들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불법입국 알선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며 불법 체류자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외국인 범죄와 불법 체류자 급증〓외국인 범죄는 97년부터 매년 10∼26%씩 늘었으며 특히 강도와 같은 강력범죄의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강도 행각을 벌인 외국인은 지난해 상반기(1∼6월) 49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93명으로 89.8%나 늘어났다. 절도의 경우 올해 상반기 349건이 발생해 지난해 상반기(247건)보다 41.3%가 늘었다.

경기 성남시 ‘외국인노동자의 집’ 김해성(金海性) 목사는 “보통 7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지만 불법 체류자라는 약점 때문에 그나마도 체불되는 경우가 많아 범죄에 빠져드는 외국인이 많다”고 말했다.

불법 체류자는 98년부터 매년 40% 이상씩 늘었다. 9월 현재 불법 체류자는 국내 체류 외국인 54만6000여명 중 43%인 23만5071명에 달한다.

▽불법입국 알선 브로커 기승〓서울지검 외사부(박영렬·朴永烈 부장검사)는 지난 3개월간 불법 입국 알선브로커 46명을 적발해 20명을 구속기소하고 17명을 불구속기소했으며 9명을 수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외국인 1명에 600만∼800만원을 받고 총 300여명을 불법 입국시킨 혐의다.

이들은 주로 국내 업체 명의의 허위 초청장을 대사관 등에 제출하거나 국내에 ‘외국인 투자기업’을 설립한 것처럼 가장해 외국인을 투자자로 위장하고, 외국인을 ‘해외투자기업’의 현지 종업원인 것처럼 꾸며 연수 목적으로 입국시키는 등 3가지 방법을 썼다고 검찰은 전했다.

▽대책〓검찰은 관련법 개정과 단속 인력의 보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에는 불법입국 알선 브로커에 대한 처벌 법규가 없어 관광진흥법 위반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러나 관광진흥법은 처벌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주중 선양(瀋陽) 영사사무소의 경우 사증 발급신청이 하루 500여건에 달하는 등 외국인의 입국 관련 업무가 폭주하고 있지만 허위초청장 여부 등을 가릴 인력이 부족해 엄격한 심사와 단속이 힘들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명건·민동용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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