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유학생 '환각 테크노파티'…26명 기소 23명 수배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49분


29일 마약밀수 판매혐의로 유학생  재미교포 주한미군등 26명을 기소
29일 마약밀수 판매혐의로 유학생
재미교포 주한미군등 26명을 기소
서울지검 마약수사부(정선태·鄭善太 부장검사)는 29일 ‘엑스터시’(일명 도리도리) 등 신종 마약을 복용한 뒤 테크노클럽에서 환각파티를 벌이거나 신종 마약을 밀수해 판매한 혐의로 재미교포 김모씨(29) 등 26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하고 이란인 등 23명을 수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미군 병사와 군속요원이 15명 포함돼 있으며 검찰은 그 중 마약밀매 혐의로 군속 F군(18)을 기소 전에 구속했고 마약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군 병사 9명의 신원을 확인중이다. 검찰은 이들에게서 엑스터시 510정과 해시시 220g, 대마 75g을 압수했다.

엑스터시는 암페타민 계통의 유기화학 물질로 복용시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정신착란 식욕상실 등의 효과가 있다. 해시시는 대마를 농축한 고체로 대마초보다 환각효과가 3∼4배 강하다.

▽환각파티〓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미군 병사, 해외 유학생, 대학생 등 대부분이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젊은이들로 주로 주말에 서울 신촌과 이태원, 강남역 주변 등 유흥가의 테크노클럽에서 마약을 복용한 뒤 환각 상태에서 댄스 파티를 벌여왔다고 말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수천명이 모이는 대규모 테크노파티에서는 참석자의 60∼70%가 엑스터시를 복용하기도 한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테크노파티는 특히 외국 유학생들의 방학 기간(5∼8월)에 성황을 이룬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방학을 맞아 귀국한 유학생이 해외 현지에서 구입한 엑스터시 해시시 등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거나 이를 사들여 테크노파티에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범죄사실〓이번에 구속된 외국 유학생 B씨(구속기소)는 유럽에서 엑스터시 200여정을 밀반입해 미군 병사와 대학생 등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독일 유학생 H씨(구속기소)는 엑스터시와 해시시를 밀수 판매책에게서 구입해 외국인 학원강사 등에게 판매한 혐의다.

B씨와 같은 해외 유학생들은 현지에서 한 알에 2000∼3000원씩 주고 구입한 엑스터시 수백정을 국내에 들여와 1정에 5만∼6만원씩을 받고 팔아 학비와 용돈을 마련하기도 한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거된 사람 대부분이 엑스터시 등의 복용을 춤과 음악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어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미 군속요원 F군은 올 1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 개정된 이후 한국 수사기관이 기소 전 미군에서 신병을 넘겨받은 첫 사례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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