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재청구 각하 갈등…法-檢 자존심 건 힘겨루기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35분


정치적 사건의 판결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법원과 검찰이 20일 서울지법 남부지원의 ‘구속영장 재청구 각하’ 결정을 놓고 또 다시 심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대립은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와 ‘총풍(銃風)’ 항소심 판결에 대한 일회적 공방과는 달리 ‘잘못된 검찰관행 개혁’과 ‘검찰권한 수호’라는 중대한 ‘명분’을 걸고 있어 파장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립 원인〓검찰은 22일 각하된 재청구 영장을 수정 보완하지 않고 세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함으로써 법원에 대해 사실상 ‘전쟁’을 선포했다.

남부지청 관계자는 이날 “판사가 검찰에 대해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거나 “자칫 검찰의 수사권을 침해할 수 있는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극도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검찰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이번 결정이 관행처럼 굳어질 경우 앞으로 구속을 둘러싼 검찰의 권한이 상당 부분 위축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피의자에 대해 한번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면 ‘새 증거나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처럼 기록만을 대충 새로 꾸며 영장을 청구하면 각하해야 한다는 것이 박시환(朴時煥)부장판사의 주장이기 때문.

판사출신 K변호사는 “구속권한이 축소되고 과거처럼 영장기각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려고 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므로 검찰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검찰과 법원의 대립은 ‘구속’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차이에서 비롯된 측면도 많다. 법원은 ‘인권’을 위해 아무리 죄가 있어도 위법적인 구속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고, 검찰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구속기준을 가능하면 넓혀야 한다는 입장.

▽쟁점〓이번 사건에서 법원과 검찰은 ‘사실관계’와 ‘법리해석’이라는 두 측면에서 전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우선 피의자 이모씨(50·여)의 재청구 영장에 적시된 무고 혐의가 영장 재청구 사유인 ‘새로운 혐의’인지 아닌지 여부.

이씨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은 간통혐의를 적시한 뒤 “피의자는 (간통)혐의를 은폐하려고 허위사실을 고소해 무고를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는 구속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적은 것일 뿐 무고의 명백한 증거는 이 영장이 기각된 뒤인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경찰이 간통이라고 판단한 이상 간통이 아니라는 이씨의 고소가 무고에 해당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 내용이 영장에 기재된 이상 범죄사실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결정문에 적고 있다.

또 법원은 영장심사도 재판이므로 ‘위법하거나 이유없는 청구’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안을 검토하기 전에 문턱에서 각하할 수 있다고 본 반면 검찰은 ‘영장 각하는 법에 없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법조계는 임지사 사건이후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법원 검찰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이 사건을 이해하고 있으며 3차 영장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영장 재청구 각하 결정 둘러싼 쟁점
쟁점법원검찰
사실관계애초부터 간통과 무고혐의가 드러났는데도 간통만 영장청구했다가 기각되자 무고 포함해 영장 재청구 1차 영장청구때는 간통만 입증됐고 영장이 기각된 후 무고의 결정적 증거 발견돼 재청구영장에 포함한 것
영장 각하 가능한가재판의 일반법리에 따라 위법하거나 이유없는 청구는 각하할 수 있음형사소송법에 법관이 영장을 각하할 수 있다는 규정 없음
영장 재청구의 요건새로운 소명자료나 구속해야할 사정변경 있어야 가능판사의 영장기각에 대한 불복절차라는 의미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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