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금고 비자금 20억"…정관계 로비여부 수사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19분


열린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정현준 게이트’(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에 이어 ‘진승현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진씨에 대해 본격 수사를 착수하기로 했다.

검찰은 24일 열린금고에서 377억원을 불법대출받은 이 회사 대주주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27)이 한스종금(옛 아세아종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2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밝혀내고 비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처에 대해 수사중이다.

검찰은 진씨가 주식시세를 조종해 거액을 챙긴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검찰은 진씨를 이미 9월2일 출국금지하고 수배했으며 전담검거반을 편성해 행방을 추적중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4일 열린금고의 영업을 이날부터 내년 5월23일까지 6개월간 정지시키고 진 부회장과 황규백 열린금고 사장 등 6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열린금고 사건〓검찰은 금융감독원이 열린금고의 거액 불법대출에 대한 조사결과를 정리해 진씨 등 대출가담 혐의자들을 고발해오는 대로 본격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검찰은 서울지검 특수1부가 이미 한스종금 인수 사건과 관련, 진씨를 수사중인 점을 고려해 특수1부에 맡겨 수사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진씨 등 대출 가담자 5명에 대해 금감원의 요청에 따라 10일 법무부를 통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불법대출금의 사용처와 정관계 로비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한스종금 수사〓열린금고 사건과 별개로 검찰은 진씨가 4월 아세아종금을 인수하기 위해 비자금 20억원을 조성, 당시 아세아종금 상임감사이던 신인철씨(구속)에게 제공한 사실을 밝혀내고 수사중이다.

그러나 신씨는 검찰에서 “20억원은 아세아종금 인수에 따른 커미션으로 받은 것이며 이 중 19억6000만원은 개인 채무변제에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씨가 금감원 김영재(金暎宰·구속)부원장보에게 4950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점 등에 비춰 진씨가 신씨를 통해 금감원 고위간부와 정관계 인사들에게 조직적인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조사중이다.

검찰은 또 진씨가 스위스 6개 은행으로 구성된 SPBC(스위스 프리밧방크 컨소시엄)로부터 30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하는 조건으로 아세아종금 대주주인 대한방직 회장 설모씨 부자에게 단돈 10달러를 주고 아세아종금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설씨 부자와 이면계약을 하고 유령회사를 끌어들인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설씨 부자는 현재 홍콩과 미국에 각각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한스종〓금 전현직 임직원들이 태양생명에 보험을 들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아세아종금 감사와 한스종금 사장이었던 신씨를 비롯, 태양생명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한국토지공사 전 자금부장 김모씨, 한국담배인삼공사 전 자금부장 노모씨 등 13명을 구속기소했다.

▽주가조작 수사〓검찰은 진씨가 지난해 10월7일∼11월17일 MCI코리아와 열린금고 등의 계좌를 통해 고가 매수주문 등의 방법으로 자신이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리젠트증권 주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 수사중이다.

금감원은 일반투자자의 매매를 유인하기 위해 통정(通情)매매와 고가 매수주문, 허위 매수주문 등의 방법을 동원해 주식시세를 조종,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진씨와 당시 리젠트증권 대표이사 고창곤씨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수형·홍찬선·이명건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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