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고교생 서울전학 러시…신청자 98년보다 16배 급증

  • 입력 2000년 3월 8일 19시 14분


새학기 들어 지방 고교생들이 서울 소재 고교로 대거 전학하는 ‘서울 대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여파로 일부 지방 고교 1학년 학급의 경우 학생들이 빠져나가 교실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

2002학년도 대학입시부터는 특기와 적성이 중요시되고 전형방법도 보다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방보다는 각종 입시관련 정보가 풍부하고 사설학원도 많은 서울에서 고교를 다니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의 새로운 입시정책이 ‘수도권 인구 집중 억제’라는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새학기가 시작된 3월2일부터 현재까지 서울로 전학 신청서를 제출한 지방 고교생 수는 모두 830명이나 된다. 이는 98년 같은 기간의 51명에 비해 무려 16배나 증가한 수치.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새학기를 맞아 폭주하는 전학생 관련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5명이 근무하던 민원실에 임시로 15명의 인원을 추가 투입했을 정도.

경남 마산에 사는 문모군(15)은 “예능계열 학과를 지망하는데 지방에서는 학원에 다니기도 힘들고 지원하려는 대학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부모님과 상의 끝에 서울로 이사오게 됐다”며 8일 서울시교육청에 전학신청서를 제출했다.

충남 Y고의 경우 1학년 학생 가운데 17명이 입학하자마자 서울로 전학신청을 냈으며 경기 H고에서는 16명의 1학년 학생들이 서울로 떠났다.

지방 고교생들의 서울 전학 러시는 98년 11월 교육부가 2002학년도 대입 요강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99년 새학기가 시작된 3월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울로 전학온 지방 고교생은 547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갑자기 11배 가까이 늘었던 것.

대성학원 이영덕(李榮德)평가실장은 “특기와 적성을 강조하는 입시제도 변화에 발맞춰 각종 경시대회에 참여하기가 쉽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서울이 지방보다 유리하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울대가 2002학년도 입시에서 경시대회 입상자 등 특기자 전형으로 정원의 20%를 선발할 방침인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주요 대학들이 2002학년도부터 특별전형의 유형과 모집인원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요 대학들이 대부분 고교 등급화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방의 이름없는 고교보다는 서울시내의 고교를 졸업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서울 러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고교 1학년생 아들을 위해 지난달 경기지역에서 서울로 이사한 학부모 천모씨(45)는 “각 대학에서 겉으로는 고교 등급화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이를 믿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며 “지방에 있으면 불안하고 왠지 손해보는 것 같은 심정을 떨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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