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파문]
경찰, 통일교 등 10곳 압수수색
“임종성-김규환 3000만원씩 받아”
정치인 천정궁 출입기록 확인해… ‘한학자 280억’ 용처 규명 주력
‘TM 보고서’에 3인 면담 정황… 전재수 압수수색 2시간 지연 논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찰 수사관들이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자료를 들고 나오고 있다. 전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현금 2000만 원과 약 1000만 원 상당의 고가 시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경찰이 15일 통일교 천정궁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실 등 10곳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미 구체적인 진술이 나온 상황에서 관련 물증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8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서 내놨던 진술을 12일 재판 과정에서 번복하면서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통일교 측 회계 자료와 정치인들의 출입기록 등을 확보해야 수사가 진전될 수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통일교의 ‘불법 정치자금 저수지’로 거론된 한학자 총재의 개인금고에 있던 280억 원의 용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다.
● 警, 천정궁 출입기록 등 물증 확보에 주력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담수사팀은 경기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 일대에 모여 있는 통일교 천정궁과 예배당인 천원궁 성전, 사무국 격인 천승전 등에 수사관을 보내 금품 수수 의혹이 있었던 2018년경의 통일교 내 보고·회계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특히 천정궁 압수수색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2006년 완공된 천정궁은 한 총재가 거주지로 사용한 공간으로,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유력 인사들이 다녀갔다는 의혹의 진원지로 꼽힌다. 경찰은 이곳의 출입기록을 확보해 전 의원을 비롯해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실제 이곳을 다녀간 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한 총재가 윤 전 본부장의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에게 2018년 9월 10일 특별보고에서 ‘천정궁에 방문했던 전재수 의원’이란 표현과 함께 “우리 일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적은 바 있다. 한 총재를 지칭하는 ‘TM(True Mother·참어머니)’을 언급한 또 다른 보고 문건에는 전 의원,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 등과 각각 만났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측은 그간 한 총재의 면담 상대 등을 기록해 보관해 왔다고 한다.
● 천정궁 금고 속 280억 원 뭉칫돈 정조준
천정궁은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한 총재의 개인금고가 보관된 곳이다. 앞서 김건희 특검은 7월 통일교 천정궁을 압수수색하면서 금고에서 관봉권이 포함된 원화와 엔화, 달러로 이뤄진 현금 뭉치 280억 원어치를 발견했다. 다만 특검은 금고 관리인을 조사한 후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한 총재 금고에 있던 뭉칫돈이 정치권 로비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총재 금고 속 현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사용된 만큼, 여야 정치인에게 전달된 정치자금이나 고가 선물의 자금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지 5일 만에 ‘속도전’에 나선 배경에는 공소시효가 임박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18년에 발생한 불법 행위는 올해 안에 기소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전 의원이 ‘2000만 원과 1000만 원 상당의 불가리 시계 1개를 수령’했다는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영장에 적시된 점 역시 변수다. 형법상 뇌물죄는 수수금액이 3000만 원 이상이어야 특가법 적용을 받아 공소시효가 기존 7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 이에 시계 가액이 1000만 원 이하로 산정되면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임 전 의원과 김 전 의원도 2020년 4월 총선 무렵 각 3000만 원을 받았다고 영장에 나와 있다.
● 한학자 등 윤영호 윗선 조사 예정
경찰은 금품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시기인 2018∼2020년 당시 윤 전 본부장 외에도 한 총재와 정치권의 접촉 창구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이모 전 부회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 전 부회장은 윤 전 본부장에게 ‘김건희 여사 핫라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인물로 전해진다.
경찰은 또 통일교 내 의사 결정이 한 총재의 재가 없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보고 압수물을 분석한 뒤 한 총재 역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한 총재가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압수수색하며 한 총재 접견을 시도했지만, 한 총재의 특검 관련 재판 일정으로 무산됐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하고도 2시간 넘게 지나서야 전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경찰과 국회는 관례상 국회의장에게 수사 착수를 알리는 등의 절차가 필요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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