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할머니독지가 4명 묘역확보 나서

  • 입력 1999년 2월 3일 15시 40분


충북대 교직원들은 청주 인근에 묘지를 확보하라는 주자문(朱子文)총장의 지시에 따라 요즘 ‘명당’을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이 묘지는 행상 등으로 어렵게 번 거액의 재산을 충북대에 장학금으로 쾌척한 4명의 ‘할머니 독지가’를 위한 것.

그래서 이름도 ‘독지가 묘역’으로 결정됐다.

지난달 26일에는 임순득(林順得·76)씨가 콩나물과 두부 등을 팔아 평생 모은 12억원대의 재산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97년에는 전정숙(全貞淑·75)씨가 실명한 남편을 돌보며 뜨게질 등으로 모은 알토란 같은 12억여원 상당의 재산을 내놓았다.

93년 신언임(申彦壬·68)씨는 구멍가게로 번 돈 30억여원 상당을 장학금으로 기증했다.

이처럼 할머니 독지가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79년 콩나물 장사로 모은 15억여원의 재산을 충북대에 장학금으로 내놓은 고 김유례(金有禮)씨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부터다. 할머니들이 기탁한 재산은 모두 이 대학 장학재단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탁재산으로 형성되는 장학금은 매년 4억여원. 매년 2백여명의 학생이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받고 있다.

학교측은 할머니 독지가와 장학금 수혜 학생들을 결연시켜 명절마다 찾아가도록 하는 한편 의료비 생활비 문화생활비 등을 제공하고 있다.

친인척이 없는 김유례씨는 숨지기 전까지 5년간 학교측에서 치료를 해주었고 장례도 학교장으로 치렀다.

주총장은 “현재 캠퍼스에 있는 독지가묘역이 너무 좁아 새로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신설될 대학본부의 로비에 이 할머니들의 이름패를 마련해 깊은 뜻을 길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청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