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차 대북 인권제재로 압박 강화…中 주재 북한 외교관 첫 제재 대상 포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7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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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가 26일(현지 시간) 탈북자를 탄압하고 북한 해외 노동자를 착취한 북한 관리와 외교관 7명과 3개 기관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지난해 7월 1차를 시작으로 미국의 3번째 대북 인권 제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중국 주재 북한 외교관이 처음으로 제재 대상에 포함돼 중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북한 정영수 노동상, 조경철 인민군 보위국장, 신영일 보위국 부국장, 리태철 인민보안성 제1부상, 김민철 주베트남대사관 서기관, 구승섭 주 중국 선양총영사, 김강진 대외건설지도국 국장을 특별제재 대상에 추가됐다. 인민군 보위국, 대외건설지도국, 철현건설 등 기관 3곳이 이번 제재 대상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제재 대상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 및 미국 기업과 거래도 금지된다.

미국은 이번까지 총 3번의 대북 인권 제재를 통해 김정은 노동장 위원장,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 29명과 국방위원회 국가안전보위부 정찰총국 등 기관 13곳을 제재 대상에 올려놨다.
● 외교, 경제, 인권 제재로 전방위 압박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오늘 제재의 목표는 명백한 인권 유린에 관여한 북한 군부와 관리들”이라며 “강제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로 북한 정권을 떠받치려는 북한 금융조력자들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대상으로 외교적 고립과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에 쓰이는 자금줄 차단을 위한 경제 제재와 함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들어간 것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통과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북한 인권침해와 검열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으며, 재무부는 이를 토대로 이번 제재 대상을 확정했다. 국무부는 북한 인권 실태와 책임자를 파악해 6개월마다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 인권 관련 제재 대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탈북자를 추적, 송환해 탄압하거나 북한 해외 노동자를 착취하는 등 북한 밖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과 정치범 수용 및 고문과 같은 북한 내에서 자행된 인권 탄압에 관여된 북한 관리, 군 인사, 외교관을 제재 대상에 올려놨다. 국무부는 “재판 없는 처형, 강제 노역, 고문, 자의적인 구금, 강간, 강제 낙태 등이 자행되는 북한의 인권 유린은 세계 최악”이라며 “노동교화소나 해외 노동계약을 통한 강제 노역과 같은 인권 유린이 북한 정권의 무기 프로그램에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강제 노동, 고문과 감금 책임자 철퇴

보고서에 따르면 인민군 보위국은 군 내의 정치범을 조사하지만 실제로는 일반인들까지 사찰하고 고문과 재판 없는 처형, 특별수용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조 보위국장은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 등을 주도한 ‘저승사자 3인방’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신 보위국 부국장은 강제노동 및 망명 시도자 납치 구금을 주도했다. 보안성 산하 50개 지도국을 관리하는 리 인민보안성 제1부상은 노동교화소 관리 감독과 표현과 이동의 자유를 억압했다.

강제 노동으로 북한 정권의 자금줄 역할을 한 기관들도 철퇴를 맞았다. 노동성은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고 하루 14시간씩 일주일에 6~7일 강제 노역에 하층민들을 동원해 올해 1월 국무부 북한인권 보고서에 포함됐다. 이 기관의 총책임자인 정 노동상은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됐다. 대외건설지도국은 삼엄한 감시 속에 혹독한 강제 노역에 시달리는 북한 해외 노동자 송출을 관리하는 정부 조직이며, 알제리의 철현건설은 중국 아프리카에 북한 노동자를 송출하는 회사다.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식량 배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혹독한 강제 노동에 시달리지만 월급(800~1000달러)의 40%를 북한 정부에 뜯기고 165~200달러 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 정부, 탈북자 탄압 북 외교관 추방할까

중국 주재 북한 외교관이 미국의 북한 인권 제재 대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구 주선양총영사는 중국 내 탈북자들을 추적과 송환을 주도했고, 김 주베트남대사관 서기관은 김정욱 선교사 납치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버스비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구 총영사에 대한 중국의 조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국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추방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버스비 차관보는 “중국과 해당 지역 다른 정부기관과 북한 인권 보고서 결과에 대해 논의해왔다”며 “무엇을 할지는 중국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어서 향후 중국이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한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이날 유엔총회 인권위원회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가 북한 주민을 어렵게 하고 북한 인권상황을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대북제재로 암 환자, 장애인 등을 위한 약품 휠체어 등의 장비를 보내지 못하고 북한에서 활동하는 인도주의 활동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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