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결을 입법권과 혼동한 ‘양심적 병역거부’ 항소심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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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지법 형사합의3부(재판장 김영식 부장판사)는 그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김모 씨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입영을 거부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는 2004년 이후 12차례나 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은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1988년 설립 이래 4차례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입영 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합헌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법관이 해당 병역법 조항이 위헌이어서 처벌할 수 없다고 여긴다면 선고 전에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야 한다. 실제 2011년 마지막 헌재 결정 이후 6개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해 다시 헌재 결정을 앞두고 있다. 광주지법 재판부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든가 아니면 법률에 따라 유죄를 선고했어야지,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관의 본분을 넘어 법체계를 흔드는 일이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로 돼 있다. 이 조항에서 언급한 양심은 법관의 개인적 양심이 아니라 법관이 개인적 가치관을 배제하고 공평무사하게 내리는 결론이다. 누가 봐도 똑같은 사안으로 재판을 받는데 어떤 법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는 재판은 공의(公義)롭지 않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리나라도 국제적으로 인권 선진국에 진입한 만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대체복무를 인정해 떳떳하게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관은 입법기관이 아니라 법률의 해석과 적용자일 뿐이다. 법관이 입법론을 거론하며 재판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의 훼손이다. 북한과 대치하느라 헌법으로 병역의 의무를 정한 우리나라에서 대체복무를 인정하려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따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심적 병역거부#헌법재판소#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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