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선거 여론조사 개선책은 “휴대전화 샘플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17시 09분


코멘트
4·13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당선자 득표율과 최대 26.7%까지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선 휴대전화 번호의 샘플 수를 더 늘리고 설문 문항 표준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1월 1일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1257건 중 450건을 집중 분석한 결과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아시아개발연구소는 20일 긴급 토론회를 열고 총선 여론조사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등을 논의했다. 고 교수는 “당선자의 득표율과 여론조사 결과 차이가 평균 10.7%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 여론조사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휴대전화 샘플 수가 너무 적었다”고 입을 모았다. 고 교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여론조사 1257건에 포함된 휴대전화 조사 비율은 평균 4.2%에 그쳤다. 조사기관 17곳 중 11곳은 샘플 자체에 휴대전화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마크로밀엠브레인만 휴대전화 샘플이 24.7% 포함됐고, 나머지 5곳은 5%대를 밑돌았다. 고 교수는 “휴대전화 비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오차를) 0.11%포인트 줄일 수 있었다”며 “반면 설문기간과 응답률은 오차율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여론조사가 대부분 유선전화인 집 전화로 실시돼 실제 유권자의 표심과 차이가 컸다”며 “특히 2030세대의 여론조사 참여율이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3월 20일경 서울 종로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는 28.5%의 지지도를 얻었지만 불과 한 달 뒤 총선에선 52.6%를 득표해 24.1%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지지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여론조사 자체가 부정확한 상황에서 각 정당의 후보자 공천에 여론조사 결과가 반영된다면 적절성, 공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개선방안으로 여론조사 기관의 등급제 부여 방안을 제시했다. 소위 ‘떴다방’처럼 선거 기간 동안 우후죽순 급증하는 여론조사 기관의 공신력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휴대전화 번호 샘플을 포함시키기 어려운 경우 스마트폰 조사나 어플(애플리케이션·앱) 조사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젊은 층의 응답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