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도 野도 북의 위협을 정략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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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와대 타격 위협에 맞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전국에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박 대통령 제거를 거론하고 정규부대와 특수부대 투입까지 암시했다”며 “대한민국과 대통령에 대한 도발을 하겠다는 도전이자 전 세계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북한 김정은은 어제 고출력 고체연료 로켓 엔진의 지상 분사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북이 유엔 제재에 맞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료 주입 시간이 많이 걸리는 액체연료 대신 고체연료를 쓰는 로켓 엔진 개발에 성공할 경우 우리 군에서 북의 도발 징후를 탐지해 선제 타격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핵폭탄 기폭장치 사진 공개,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주장 등에 이은 심상치 않은 행보다. 김정은을 겨냥한 한미의 ‘참수작전’에 반발하는 군사력 과시 정도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북의 핵·미사일 기술 발전 주장에 “아직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절하만 할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사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혹시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북의 위협이 실제 상황이므로 과거 선거 때의 ‘북풍’과는 다른데도 그런 기류가 있는 것은 정치권이 자초한 일이다.

북풍이 기획자가 의도한 결과를 낳지 않았음은 역대 선거가 보여준다. 1996년 15대 총선 때는 북한군이 판문점에서 무력시위를 벌이자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이 북풍을 타고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1997년 ‘총풍’이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는 오히려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여당도 야당도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을 상기하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오늘 처음 열린다. 정치인들이 안보에 한마음이었다면 북이 서해에서 도발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북한#박근혜#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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