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치평동 공공 도서관 신축 현장에서 11일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2층 철골 구조물이 무너져 현장에 있던 근로자 97명 중 4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2명은 구조 후 숨졌고 2명은 수색 중이다. 이 공사 현장에서는 올 6월에도 현장소장이 작업 도중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안타까운 중대재해가 발생한 지 6개월 만에 더 큰 재해가 일어났으니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사고 당시 영상을 분석한 경찰은 전체 구조물이 순식간에 내려앉은 점으로 미뤄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중을 견디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철제 구조물이 용접 불량 등으로 콘크리트 무게에 끊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시 현장에서는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을 하면서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사 측은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는 특허 공법으로 작업 중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공법을 쓰더라도 구조물 하중을 임시로 받쳐주는 지지대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니 부실시공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이번 사고의 피해자 4명은 하도급업체 소속 한국인으로 47세 사망자를 제외하면 모두 60∼70대 고령 근로자들이다. 앞서 재해를 당한 현장소장도 64세였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의 42.4%가 60세 이상이었다. 고령자는 사업장 사고나 질병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근로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자가 55세 미만은 0.67명이지만 55세 이상은 2.65명이다(2021년 기준). 공사 현장의 재해 예방책들이 작업자의 고령화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붕괴 사고는 고용노동부가 산재 예방 대책 등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 하는 날 발생했다. 정부는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제재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산재 사망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정책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리겠으나 2022년 경영 책임자에게 산재의 형사 책임까지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재해자 수와 재해율이 오히려 증가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후 처벌보다는 불법 하도급이나 근로자의 고령화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효과적인 예방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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