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검 검사로 강등된 정유미 검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 인사명령 처분 취소 청구 소장 접수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12. 뉴시스
정유미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자신을 고검검사로 사실상 강등 조치하는 인사를 낸 법무부를 향해 “비겁하고 떳떳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정 검사장은 12일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인사명령 처분 취소 청구 소장을 접수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불법과 위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처분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며 법적 대응 이유를 밝혔다. 법무부는 전날 대장동 항소포기 사태에 반발해 경위 설명을 요구한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일선 검사장 중 3명을 한직으로 발령냈다. 이 중 정 검사장을 제외한 2명은 즉각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업무 수행 등에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정 검사장은 “(강등된 이유는) 정부여당에서 추진하는 각종 검찰, 형사사법 정책에 대한 소위 개혁, 개혁이라고 보지 않지만 이에 대해 다른 결의 얘기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법무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그런 취지로 명시하지 않았나. 다른 의견을 표출했다는 이유로 불법적 인사를 실시했다는 걸 법무부에서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검사장은 “20여 년동안 수많은 인사 명령을 받았지만 이번 인사는 제 개인의 인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명백히 현존하는 법령을 위반한 불법·위법적 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검사장은 “(인사 조치를) 받아들이고 넘어가면 후배들이나 검찰을 위해서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게 분명해서 법으로 판단을 받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차라리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징계 절차를 진행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인사권 껍질만 둘러쓰고 사실상 중징계 처분에 준하는 강등을 한 것은 비겁하지 않나? 떳떳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당당하게 징계 절차를 개시해주면 조직을 위해 더 명료하게 무언인가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검사장은 “선배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후배들에게 험한 꼴을 보이게 한 게 미안하다”며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얻을 수 있게끔 선배들이 길을 닦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검사장은 후배들을 언급할 때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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