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 노래 테이프에 남편 증언 녹음… 한인언론 통해 NYT에 고문사실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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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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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동지’ 부인 인재근 여사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게 부인 인재근 여사(58·사진)는 평생 동지였다.

1985년 9월 남편이 갑자기 사라지자 인 여사는 수사기관을 찾아다녔다. 어디서 조사받든 결국 검찰에 송치된다는 점에 착안해 검찰청 승강기 앞에서 마냥 기다린 끝에 기적적으로 남편과 마주쳤다. 남편은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발등에 시꺼멓게 남아있는 전기고문의 흔적을 보여주며 처참한 고문의 실상을 전했다. 인 여사는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기 원한다’라는 유인물을 작성해 이를 세상에 폭로했다. 가수 이미자의 노래 테이프 중간에 독재정권의 악랄한 고문 사실을 녹음해 미국 언론에 전한 것도 인 여사였다. 옥중의 남편을 면회할 때면 울먹이기보다 고문 내용을 빠짐없이 구술로 받아적어 미주지역 한인언론을 통해 뉴욕타임스 등에 보도되게 했다. 1987년 남편과 함께 미국의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공동 수상했다.

인 여사는 ‘김근태의 부인’이기에 앞서 그 스스로 인권운동가였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이었고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결성을 주도했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로 버려지는 아이가 많아지자 한국수양부모협회를 만들어 가정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가정을 찾아주는 일에 매달리기도 했다. 김 상임고문은 에세이집 ‘희망은 힘이 세다’에서 이렇게 적었다. “아내가 감옥으로 면회 왔을 때 미안함을 전하려 했다. 아내는 ‘남편이 담 안에 있으니 안사람을 하고 내가 바깥사람을 하면 되겠다고 사람들이 그러더라’며 되레 격려했다.”

정치권에선 인 여사가 4월 총선에 남편의 지역구였던 서울 도봉갑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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