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대선3수 2년간 치밀하게 준비”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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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오른쪽)이 4일 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만나기 위해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자택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한 뒤 대선출마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민주연대21’ 회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미옥  기자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오른쪽)이 4일 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만나기 위해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자택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한 뒤 대선출마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민주연대21’ 회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미옥 기자
■ 정치권-전문가 분석

“원래 (나이) 많이 안 먹었습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005년 10월 23일 당시 10·26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격려 차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자들이 “연세가 많이 들어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이같이 말했다. 당시 70세였던 그의 얼굴에는 특유의 엷은 미소가 흘렀다.

다음 날에는 이 전 총재의 팬클럽 ‘창사랑’ 대표인 백승홍 전 의원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전 총재가 2007년 대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가 대선 3수 선언을 놓고 장고에 들어간 가운데, 그가 최근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재출마를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핵심 측근은 4일 “이 전 총재가 2년여 전부터 재출마를 준비한 것으로 안다. 이 후보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밝혔다.

○ 강연, 인터뷰 통해 차별화 시도

이 전 총재는 2005년 말∼2006년 초부터 각종 강연과 행사를 통해 정치적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2005년 10월 18일에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을 규탄하는 시국선언 서명에 참여했다.

2006년 1월 1일에는 정계 은퇴 후 처음으로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자택을 개방하며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나라의 기본과 원칙이 서지 않았다”며 사학법 파동 등 당시 시국을 비판했다.

그해 2월 23일에는 핵심 측근이었던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출판기념회 참석 차 부산으로 가면서 “어려운 현실을 도피해 방관자로 지내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자신의 향후 행보를 암시했다. 이 전 총재는 그해 신동아 12월호의 인터뷰에서 “이제 내가 (정치) 이야기 좀 하려고 한다” “대선 차원을 넘어 나라 구하는 일에 몸을 바치려고 한다”고 밝혔다.

○ 1월 대선용 홈페이지 개설 문의

이 전 총재 측은 특히 올해 초부터 재출마에 대비해 손수제작물(UCC) 업체인 판도라TV에 대선용 홈페이지 제작을 타진하는 등 실무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판도라TV 측은 “1월경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지상욱 씨가 대선용 홈페이지 개설 등을 문의했고 8월까지 매달 2, 3차례 회사를 방문했다”며 “지 씨의 실무진이 UCC 제작 교육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판도라TV 측은 “최근 들어 지 씨가 ‘현재 구축해 놓은 채널을 대선 채널로 이동시킬 수 있느냐. 이 전 총재의 서울 시내 이동 모습을 생중계할 수 있느냐. 추가 촬영팀을 지원 받을 수 있느냐’ 등을 문의해 와 대선 관련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비공개 상태인 ‘미래를 여는 창(窓)’이란 제목의 이 전 총재의 개인 채널(pandora.tv/2100)에는 이 전 총재의 일대기 등을 담은 140여 편의 UCC가 담겨 있다고 한다.

○ 대북정책으로 보수세력 결집

이 전 총재는 올해 1월 1일 자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좌파 정권의 재출현을 막기 위한 역할을 계속하겠지만 그것이 대선 출마와는 상관없다”고 밝혔으나 그 후 계속 대선 관련 언급을 쏟아냈다. 그는 5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지금 생각하는 것처럼 승리를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는 경선 후 여전히 이 후보와 박 전 대표 진영이 화학적으로 결합을 하지 못하자 이 틈을 비집고 들어섰다. 특히 이 후보에 대해서는 “선진국 진입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법치주의의 확립, 국민의 정신적 성장에서 찾아야 한다”(9월 3일 정재철 상임고문 출판기념회)며 대선 후보로서 부족하다는 느낌을 풍겼다.

그때부터 여러 자리에서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을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세력을 하나로 묶는 대북정책을 통해 이 후보와 차별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 총재 측의 이흥주 특보는 4일 “이 전 총재가 출마 시 보수진영 분열에 대한 책임론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 만큼 고민이 오래가고 있다”면서도 “출마를 결단하면 프레시한(참신한) 인물들과 함께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촬영 : 김미옥 기자


촬영 : 이종승 기자


촬영 : 신원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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