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수사전략, 청중신뢰 못얻어”

  • 입력 2007년 2월 27일 02시 52분


위기상황서 부인-공격 자주 구사… 국민 기대 벗어나

노무현 대통령이 1987년 민주화 이후 집권한 4명의 대통령 중에서 청중의 신뢰를 얻는 데 가장 실패한 수사(修辭) 전략을 펼쳤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 이귀혜 씨는 26일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 ‘한국대통령의 정치적 위기 상황에 대한 방어메시지의 수사전략 연구’에서 노태우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등 4명의 대통령이 위기 상황에서 발표한 연설문과 대국민 문서 73개를 분석한 결과 노무현 대통령의 수사 전략이 가장 일탈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논문에서 △에토스(윤리적 호소)·파토스(청중과의 교감)·로고스(객관적 논증)의 설득 방식 △논증 구성 요소로서 문제와 심각성 제시, 해결 과제, 방해 요인, 실현 의지의 빈도 분석 △부인, 책임 회피를 비롯한 변호전략 등 3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설득 방식에 있어 활용한 방법은 전체적으로 파토스 방식(75%), 에토스(63%), 로고스(60.3%) 순으로 집계돼 4명의 대통령이 모두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을 가장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김영삼 대통령은 감정에 호소하는 파토스 전략을 가장 선호하고 논리성을 중시하는 로고스 전략을 가장 적게 사용한 데 비해 노무현 대통령은 로고스·파토스 전략보다 에토스 전략을 가장 적게 사용했다.

이 박사는 개인적 자질을 비판받을 경우 신념과 처신, 정권의 정통성을 강조해 신뢰를 높이는 에토스 전략이 효과적인데, 노무현 대통령은 이 부분이 취약해 정권의 신뢰 상실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논증요소 빈도 분석에서도 노 대통령은 위기를 강조하는 ‘심각성 제시’나 대통령의 힘을 과시하는 ‘실현의지’ 요소를 가장 적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대통령이 스스로의 힘을 부정해 신뢰도 하락을 부채질한 셈이다.

변호전략 분석에서도 노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은 ‘사실 부인’ 및 ‘공격자 공격’ 등 거부 전략을 많이 구사해 대통령의 솔직한 사과를 더 선호하는 국민의 관습적 기대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박사는 “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의 관습적이고 권위주의적 수사학에서 탈피하고자 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수사의 민주성이 그의 민주적 업적에 우선할 수 없다”며 “노 대통령이 정치적 리더의 수사가 갖는 첫 번째 임무로서 청중의 관습적 기대 요소 파악에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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