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간부가 칠레대사 됐다… 기현서 구주본부장 35년 꿈 이뤄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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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에 품었던 꿈이 현실이 됐다.

1일 주칠레 대사에 임명된 기현서(奇賢舒·55·사진) KOTRA 구주지역본부장. 그는 외교통상부가 이날 발표한 10명의 신임 대사 가운데 정통 외교관 출신이 아니면서도 파격적으로 대사에 발탁됐다는 점에서 단연 눈길을 끌었다.

기 신임 대사는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1970년 한국외국어대 서반아어과에 입학하면서 ‘외교관의 꽃’인 대사를 어렴풋이 머릿속에 그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당시 외국으로 나가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종합상사에 취직하거나 외교관이 되는 것 정도였죠.”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1977년 KOTRA에 들어갔다. 정통 외교관의 꿈을 이룰 수는 없었지만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많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소원대로 그는 ‘장돌뱅이’처럼 객지를 떠돌아 다녔다. 28년의 KOTRA 재직 기간 중 3분의 2를 해외에서 보냈다. 특히 그 가운데 14년을 카라카스, 산토도밍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마이애미, 멕시코시티 등 중남미에서 근무해 ‘중남미 전문가’가 됐다.

많은 중남미 국가의 무역관장을 지내며 잔뼈가 굵었고 스페인어는 제2의 모국어가 됐다.

외무고시 출신이 아니면 발붙이기가 쉽지 않은 부처로 꼽히는 외교부. 비(非)공무원 출신이 대사로 임명된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일부 대학교수나 과거 군사정부에서 군 장성 출신 정도가 예외라고나 할까. 그만큼 중남미 지역에 대한 그의 전문성이 높이 평가받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 신임 대사는 외교부의 인사 발표 후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외교관 업무가 KOTRA에서 하던 일과는 차이가 있어 마음의 부담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중남미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살려 한국의 전통적 우호국인 칠레와의 관계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가 나를 대사로 발탁한 것은 KOTRA에서 일하는 우리 후배들에게도 좋은 전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 신임 대사는 11일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1호’ 국가인 칠레로 출국해 13일부터 대사직을 수행한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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