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국 盧대통령이 풀어야 한다

  • 입력 2004년 3월 8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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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두 야당 모두 답답하다. 어느 쪽도 물러설 기미가 없는 탄핵정국이 마치 폭설로 꽉 막힌 고속도로를 보는 듯하다. 나라를 위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한 일 없는 정치가 또다시 국민을 이처럼 불안하게 해도 되는지 통탄할 일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탄핵공조 논의에 본격 착수해 금명간 탄핵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노대통령은 “부당한 횡포에 굴복 않겠다”며 정면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고, 열린우리당은 탄핵안 처리를 물리적으로 저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정면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두 야당의 탄핵공조를 보는 시선은 두 갈래다. 하나는 ‘야당이 지나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대통령이 그만한 잘못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도 대통령이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린 선거법 위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에게 사과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에 이견이 없다.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취임식 선서와 헌법 66조를 들먹일 것도 없이 대통령은 국가 법 체계의 최고 수호자다. 따라서 대통령이 법을 어겼으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선관위 결정에 사실상 불복했고 이에 야당은 탄핵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인은 따져보지도 않고 ‘헌정 파괴’니 ‘제2의 환란(換亂) 우려’니 하며 야당을 몰아붙이는 여권의 태도에 누가 공감하겠는가. 국민의 눈엔 대통령이 실정법을 위반해 가면서까지 총선 승리에 집착하고, 그 바람에 국정 곳곳에 구멍이 뚫려 ‘설란(雪亂)’마저 일어난 상황이 오히려 헌정 파괴로 비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재신임’ ‘10분의 1’ 발언에서 보듯 노 대통령은 정치 현안을 권력게임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사안도 그런 식으로 대처해 국정 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은 하루빨리 불안한 정국상황을 종료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국민에게 사과하고 선거법 준수를 다짐해야 한다. 탄핵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도 어제 “사죄와 재발방지 약속 시한은 지났지만 아직도 열려 있다”(조순형 대표)며 퇴로를 열어 두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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