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리더십 발휘못해 국민에게 죄송"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8시 48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우선 큰 문제인 경제에 대한 정부의 반성과 결의를 다지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지만 ‘반성과 결의’가 이날 간담회의 핵심 단어였다.

김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보고 가정이 파괴되거나 오갈 데 없는 상황이 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정말로 죄스러운 생각을 금할 수 없는 심정”이라고 말해 자성(自省)의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국정 쇄신안 등 정치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내년초에 밝히겠다”며 가능한 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상세히 답변하면서 “∼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는 식의 유감 표명을 자주 했다. 김대통령이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그만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내년 후반기 경제 회복될것"▼

그러면서도 김대통령은 “내년 후반기부터는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고 노력했다. 다음은 문답 요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초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체감 민심도 좋지 않은데….

“경제에 있어서 충분한 대책이 없었고, 주가가 폭락하며 많은 실업자가 나오고 있어 민심이 대단히 비판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치가 계속 혼란을 거듭하는 가운데 여든 야든 국민에게 실망을 주는 일이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여러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국민의 비판을 받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정계개편 전혀 아는바 없다"▼

―자민련과의 합당설 등 정계 개편설에 대한 견해는….

“정계 개편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개각은 언제쯤 할 생각인지.

“지금 구조조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다른 데 신경쓰면 일이 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일할 사람이 마음을 잡고 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마치 전투에서 돌진하고 있는 부대장을 교체한다, 안한다 하면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것과 같다. 지금은 금융 개혁 등 막바지 개혁을 하는데 전력해야 한다.”

―내년에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킬 경기 부양책이 있는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는데 너무 위기의식을 조장하고, 어렵다고 하는 보도가 많이 나고 하면 더욱 어려워진다.”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전최고위원이 2선 퇴진한데 대해….

“그분들이 다른 위치에 있든 없든 변함없이 나라와 당과 저를 도와주고 지지하고, 그런 태도를 공개적으로 천명한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국민대화합을 위한 구상은…

“이 문제는 그동안 인정을 받았든 못 받았든 정부로서는 참 많이 노력했다. 그러나 결국 이 문제는 정치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지역 감정을 악용하는 선거를 하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언론계에서도 지역 감정을 갖고 하는 정치 논의에 대해서는 준엄한 비판을 하는 것이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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