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새시대]한반도 '초특급 평화열차' 타다

  • 입력 2000년 10월 12일 23시 08분


《북한과 미국간에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리고 있다

북―미 양국이 조명록(趙明祿)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미국방문을 통해 양국의 외교 군사 경제 등 각 방면에서 관계 개선을 추진키로 합의한 것은 실질적인 국교정상화가 이제 바야흐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줄곧 적대적 대치 상태에 있었던 양국관계에서 일찍이 상상키 어려웠던 획기적인 변화로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를 결정적으로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명록특사 訪美가 남긴것▼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급진전에 발맞춰 북―미 관계가 초특급 급류를 타게 됨에 따라 이제 한반도는 반세기에 걸친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마감하고 화해와 상생의 신기원을 맞게 될 전망이다.

북―미의 이번 합의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조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자체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던 워싱턴 외교가는 빌 클린턴 대통령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키로 합의한 사실이 밝혀지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내년 1월 클린턴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북―미가 이 같은 중요한 합의에 이른 것은 다음달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에 상관없이 북―미 관계의 진전을 되돌릴 수 없는 시대의 대세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물론 이는 양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임기 중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한 화려한 내치와는 달리 외교 분야에선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했던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의 성공을 치적으로 남기기 위해 역사적인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합의는 민주당의 앨 고어 대통령 후보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올브라이트 장관이 이달 중 방북키로 한 것도 대선과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오랜 외교적 고립에서 완전히 벗어나 국제사회에서의 정상적인 위치와 역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조부위원장의 방미는 북한측 제안에 따른 것이므로 이는 북한의 치밀한 대미 외교가 결실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인민군 차수인 조부위원장이 10일 군복차림으로 클린턴 대통령을 면담한 것은 북한 군부가 변화와 개방을 지지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대내적으론 군부가 대미 관계에서 역사적 돌파구를 만들었다는 선전효과를 거두기 위한 다목적 카드였다고 할 수 있다.

북―미의 급속한 접근에 따라 지난해 9월 윌리엄 페리 전대북정책조정관이 제시했던 대북정책 검토 권고안(페리 프로세스)은 바야흐로 본 궤도에 오르게 됐다. 페리 전 조정관은 당시 초미의 현안이었던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유예하는 대신 한국 미국 일본이 대북관계를 포괄적으로 개선할 것을 권고했었다.

이제 북―미는 관계개선을 향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이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한이 테러와 미사일 발사를 포기하고 핵동결을 유지키로 함에 따라 양국간 주요 현안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한편 북―미가 양국관계 개선은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결과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 것은 북―미 관계 개선이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부추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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