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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4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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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현정권 비난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부낀 4일 오후 부산역광장.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비롯한 당소속 의원 90여명이 출동한 ‘김대중(金大中)정권 언론자유말살 규탄대회’는 뜨거운 열기 속에 2시간반 동안 진행됐다.
▼“낮엔 감청…밤엔 도청”▼
▽…오후2시부터 시작된 대회 1부 행사에서는 부산지역 의원들이 차례로 나서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맹공.
“현 정권은 갈팡질팡 우왕좌왕 갈 지(之)자 정권이다. 낮말을 감청하고 밤말은 도청하는 세상이 됐다.”(정의화·鄭義和의원)
“현 교육정책은 고육(苦肉)정책이다.”(이상희·李祥羲의원)
“일본과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한일어업협정을 즉각 파기하라.”(김무성·金武星의원)
“소에 물먹인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전투기에 맹물 먹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이것이 이 정권의 안보현장이다.”(유흥수·柳興洙의원)
이어 김진재(金鎭載)부산시지부장도 “인천에서 애들이 죽고 난 다음날 김대통령은 진돗개를 안고 벙글벙글 웃더라”며 “우리가 진돗개 새끼보다 못하냐”고 비난.
권철현(權哲賢)의원도 “현직 대통령이 물러난 워터게이트사건을 아시죠. 우리도 그럴 수 있지요”라고 공세를 폈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김대통령 각성하라”는 등의 연호가 터져나오기도.
▼정형근의원 DJ에 독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이 지역출신인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와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 등 당중진이 대거 참석했으나 김윤환(金潤煥) 이한동(李漢東)고문은 불참.
▽…2부 행사에서 정형근(鄭亨根)의원은 “언론대책문건사건의 본질은 김대통령이 지시해서 이 각본대로 언론탄압을 진행해 왔고 지금도 진행중이라는 것”이라며 “이 사건의 핵심주체는 김대통령”이라고 주장.
▼金대통령과 대질 요구▼
그는 “정권의 하수인인 현재 검찰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만약 김대통령을 소환 조사해서 진상조사할 의지가 있다면 검찰에 나갈 것”이라며 김대통령과의 대질을 요구.
그는 또 “해방이후 최대간첩사건인 ‘이선실사건’ 때 김대통령은 뭘 했나. 당시 김대통령의 비서가 보고서를 다 북측에 넘겨주지 않았나”면서 현 정부가 자신을 정치공작의 명수라고 몰아가고 있는 것은 ‘공산당의 전형적인 선전선동수법이자 지리산 빨치산 수법’이라고 맹비난.
정의원은 이어 “물을 좋아하면 물에 빠져죽고 나무를 잘타면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다. 문건 좋아하면 문건으로, 고소 좋아하면 고소로 죽는다. 거짓말 잘하면 거짓말로 죽는다”고 김대통령을 직접 겨냥.
▼시내 2km구간 행진▼
▽…연사로 나선 박근혜(朴槿惠)부총재는 “지금 나라의 기강이 그야말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국정은 표류하고 있고 국민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비판.
이어 이총재의 연설이 끝난 직후 이총재와 당소속 의원들은 ‘김대중정권 국정파탄,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등의 구호를 선창하며 시민들과 함께 부산역에서 중앙동 옛 부산시청앞까지 2㎞구간을 행진.
한편 이총재가 세풍(稅風)사건으로 궁지에 몰려 지난해 9월 집회를 연 뒤 1년2개월만에 또다시 열린 이번 집회에 한나라당측은 4만∼5만명의 시민이 몰렸다고 흥분했으나 경찰측은 2만여명으로 추산.
〈부산〓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