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씨,현철씨 돈관리]「제2의 李源祚」역할

  • 입력 1997년 5월 2일 20시 07분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한 검사는 2일 『李晟豪(이성호)전대호건설 사장을 알면 현철이 보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현철씨에게 이씨는 5,6공 시절 「금융계 황제」라는 말을 들었던 李源祚(이원조)전의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전의원이 고위층의 자금을 모금하고 관리했던 것처럼 이씨도 현철씨의 자금을 모금하고 관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발언의 속뜻이다. 그의 말은 최근 보도된 검찰 수사상황에서도 일부 입증됐다. 이씨가 현철씨의 자금모금을 유도하고 모금된 돈을 관리한 사실이 일부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이전의원은 자금의 모금과 관리 모두를 책임진 반면에 이씨는 현철씨 자금의 모금보다는 주로 관리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다소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결과 현철씨의 자금줄은 △92년 대선 당시 쓰고 남은 자금 △해태 두양 우성 등 경복고 동문 기업인으로부터 받은 자금 △지역민방 선정 등 각종 이권사업과 관련해 받은 자금 등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현철씨가 자금모금은 다원화했지만 자금관리는 대부분 이씨를 통해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현철씨가 자금을 일단 이씨 계좌에 넣어 세탁한 다음 필요할 때 이씨로부터 돌려받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현철씨의 사(私)금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현철씨를 이용해 고속도로 휴게소와 포항제철 철강판매권 등 각종 이권을 따내 사업을 확장하면서 현철씨 자금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관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철씨의 자금부분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검찰관계자는 『문제는 이씨 본인이다. 우리는 계좌추적과 참고인 진술을 통해 현철씨의 자금흐름에 대한 뼈대는 다 세웠다. 여기에다 이씨를 불러 살을 붙이면 다 끝난다. 이씨가 귀국하지 않으면 (수사결과가) 뼈만 앙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귀국 가능성에 대해 검찰은 『50% 정도』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관계자는 『이씨에게 귀국을 강력히 종용하고 있고 본인도 장래를 위해 어느 정도 원하고 있지만 이씨의 귀국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씨를 평생 도피하면서 사는 「제2의 이원조」로 만들지는 않겠다. 그것은 이씨 본인에게도 불행이고 검찰로서도 불행한 일이다』며 이씨 문제를 끝까지 마무리짓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수형·하종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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